국민건강보험공단 차기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임기 만료를 한 달가량 앞두고 사의를 표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지난 9일 보건복지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2023년 7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정 이사장의 임기는 다음 달 9일까지다.
정 이사장이 임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물러나기로 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건보공단이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감찰을 받는 과정에서 정 이사장의 근태 기록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던 점, 건보공단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이어져 온 점 등이 거론된다.
의사 출신인 정 이사장은 한림대 성심병원장과 한림대의료원장,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코로나대응특보를 맡았고, 이듬해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을 역임했다.
정 이사장의 사의 표명은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 나왔다.
건보공단 노동조합은 최근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복지부 전직 차관이 '공단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하는 위원'으로 선임된 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관련 법령과 공단 내부 규정상 해당 위원은 노사 협의나 구성원 투표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추천된 후보 가운데 선임돼야 하는데, 이사회가 이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지난달 공단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자체 추천 후보가 전체 구성원 1만6495명 중 1만95명의 찬성을 받아 과반 지지를 얻었음에도 이사회가 이를 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임추위원 5명 가운데 현직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과 전직 복지부 차관이 포함되면서 복지부 출신 인사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공단 구성원을 대표해야 할 자리에 주무부처 고위 관료 출신이 선임된 것은 공공기관 운영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사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힌 상태다. 앞서 노조 내부에서는 정 이사장이 임추위 구성 과정에서 관련 규정의 취지를 훼손했다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었다.
공단은 공공기관 운영법과 시행령,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은 현재 차기 이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후보자 공모는 이날 마감되며,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와 보건복지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재가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법적 대응이 현실화할 경우 후임 선임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보공단은 2023년 강도태 전 이사장이 임기를 남기고 물러난 뒤 후임자인 정 이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100일 넘게 수장 공백 상태를 겪은 바 있다. 건강보험 재정 운영과 수가 협상 등 주요 현안을 앞두고 이사장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기관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