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과 의료행위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도입된 수술실 CCTV 제도가 시행 3년 차를 맞았지만 환자 절반은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자신의 수술이 촬영됐는지조차 모른다는 응답도 과반을 차지했다.

수술실 CCTV 제도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을 경우 본인 또는 보호자의 요청이 있으면 수술 과정을 촬영하도록 한 제도로, 2023년 9월부터 시행됐다. 세계 최초로 법제화된 제도로 시행 당시 큰 관심을 모았다.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된 지난 2023년 9월 2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2016년 성형수술 중 사망한 권대희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져 이른바 '권대희법'이라고도 불리는 수술실 CCTV 의무화 개정안은 2021년 9월 공포돼 2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됐다./공동취재단

7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수술실 CCTV 운영 현황 분석 및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전신 마취 또는 의식하진정(국소마취 및 수면요법) 수술을 받은 만 15세 이상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수술실 CCTV 제도를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9.5%에 그쳤다.

실제 촬영 경험이 있다고 답한 환자는 18.5%였고, 자신의 수술이 촬영됐는지 모르겠다는 응답은 55.7%였다.

촬영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33.5%로 가장 많았고, '제도를 몰랐다'는 답변도 28.1%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의료 기관 내 안내문 게시 중심의 현행 고지 방식이 제도 활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제도를 실제 이용한 환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촬영을 요청한 이유로는 '의료 사고 또는 의료 과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74.6%로 가장 많았다. 촬영 후에는 응답자의 84.9%가 안심했다고 답했다. 만족도 역시 촬영 경험이 있는 환자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충분한 설명이 이뤄질 경우 제도 활용도가 높아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전국 최초로 수술실 CCTV를 운영한 한 의료 기관은 수술 동의 과정에서 제도를 상세히 설명한 결과 환자 동의율이 초기 53%에서 85%까지 상승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운영 과정에서 영상 유출이나 분쟁 증가 사례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의료 사고 예방 장치로서의 실효성에는 한계도 드러났다.

연구진이 최근 보도된 대리 수술 및 의료 사고 사건 12건을 분석한 결과 CCTV가 설치된 사례는 7건이었지만 실제 녹화가 이뤄진 경우는 1건뿐이었다. 나머지는 환자의 촬영 요청 누락이나 안내 부족 등으로 녹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일부 대리 수술 사건에서는 "CCTV 녹화 요청이 없는 경우에만 불법 행위를 했다"는 진술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CCTV가 범죄를 억제하기보다 녹화를 피해가는 방식으로 우회되는 사례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의료분쟁이나 성범죄 사건에서는 사후 증거로서의 기능이 확인됐다. 분석 대상 판례의 57.1%에서 CCTV 영상이 언급됐으며, 환자 추행이나 성범죄 사건에서는 모두 주요 증거로 활용됐다. 의료진에게 제기된 성추행 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벗겨주는 무죄 입증 자료로 활용된 사례도 확인됐다.

의료진의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수술 의료진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2%는 수술실 CCTV가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전반적인 제도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27점에 그쳤다. 특히 전공의 수련 과정 위축과 수술 참여 기회 감소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의료진들은 가장 필요한 지원책으로 영상 유출 시 법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꼽았다. 해킹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영상 유출에도 의료 기관이 일률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진은 환자의 제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홍보 강화와 함께, 보안 기준을 충실히 준수한 의료 기관에 대해서는 해킹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영상 유출 책임을 일부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전공의 교육 목적 촬영에 대한 별도 관리 체계를 마련해 수련 위축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수술실 CCTV는 단순히 카메라 설치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진 권리, 의료 시스템 전반의 신뢰 문제와 맞물린 복합적 과제"라며 "환자 보호와 의료 현장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