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異種) 장기 이식이 만성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의료진이 유전자 6개를 교정한 신장 두 개와 간을 동시에 뇌사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Pixabay/CC0 Public Domain

중국 의료진이 뇌사자에게 돼지의 양쪽 신장과 간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앞서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장기(臟器)들이 여러 차례 인간에게 이식됐지만, 여러 장기를 동시에 이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식된 돼지 장기가 정상 기능을 하는 동안 뇌사자의 간은 다른 환자에게 이식됐다. 돼지 장기가 뇌사자를 살리지는 못해도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쑨 슈용(Xuyong Sun) 중국 광시의과대학 제2부속병원 이식의학연구소장 연구진은 "53세 남성 뇌사자에게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신장 두 개와 간 전체를 이식했으며, 이 장기들은 5일간 정상 기능을 유지했다"고 30일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메드'에 발표했다.

돼지는 장기 크기와 형태가 사람과 비슷해 수십 년 전부터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심장과 신장 같은 장기가 돼지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이종(異種) 장기 이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종 장기 이식 시술은 단일 장기에 국한됐다.

◇면역 거부 막기 위해 유전자 6개 교정

환자는 심각한 만성 신장 질환을 앓다가 뇌출혈이 발생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은 환자 가족의 동의 하에 뇌사 환자에게 돼지 장기들을 이식했다. 돼지 장기는 사람 몸에 들어가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화(化) 유전자 변형으로 해결하고 있다.

중국 남성이 이식받은 돼지 장기는 유전자 6개가 교정된 형태였다. 먼저 DNA에서 원하는 유전자만 잘라내는 효소 복합체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인체에서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킬 돼지 유전자 3개를 제거했다. 동시에 혈액 응고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인간 유전자 3개를 추가했다.

중국 의료진이 유전자 6개를 교정한 신장 두 개와 간을 동시에 뇌사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자료 Med, 챗GPT 생성 이미지

논문에 따르면 이식 수술 후 19시간 만에 돼지 간에서 담즙 분비가 시작됐다. 간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돼지 신장도 마찬가지였다. 환자의 혈중 크레아티닌과 요소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이 사용되면서 나타나는 노폐물이고 요소는 단백질의 분해 산물이다. 두 물질은 신장의 여과 기능을 알아보는 데 핵심 지표로 쓰인다. 수술 후 24시간 동안 돼지 장기에 대한 면역 거부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쑨 교수는 "돼지의 신장 두 개와 간 전체를 동시에 사람에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간도 지금까지는 일부만 사람에게 이식됐다"고 말했다. 중국 의료진은 돼지의 신장과 간을 이식하면서 동시에 뇌사자의 간을 꺼내 다른 환자에게 이식했다. 쑨 교수는 남성의 간은 건강했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술하고 36시간이 지나자 돼지 장기가 거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간과 신장의 돼지 세포가 점차 인간 세포로 대체되고 있었다. 환자의 면역 체계가 돼지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했다는 의미다. 돼지 간에서는 조직 괴사와 혈전 형성도 관찰됐다.

특히 연구진은 이식된 장기에서 염증과 관련된 S100A12+라는 호중구 수치가 상승한 것을 관찰했다. 호중구는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 면역 세포로, 병원체를 가장 먼저 탐지하고 파괴하는 인체의 최전선 방어군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종 장기 이식 수술에서 이 호중구를 약물로 억제하면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공군 군의대 소속 시징병원에서 50대 뇌사자에게 돼지 간을 이식하고 있다. 뇌사자의 몸에 돼지 간을 이식한 연구로는 당시가 처음이었다./중국 시징병원

◇인간 장기 이식 수술까지 시간 벌어

세계는 만성적인 이식용 장기 부족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장기 기증은 크게 부족하다. 미국에서는 10만명 이상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 명단에 올라 있으며, 이 중 약 9만명이 신장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뇌사 장기 기증자는 397명이지만 장기 이식 대기자는 5만4789명이다. 대기 중 사망자는 하루 평균 8.5명이다.

이종 장기 이식은 이미 성과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에서 최소 12명이 돼지 심장과 신장, 간, 흉선 등 장기를 이식받았다. 지난해 11월 미국 하버드 의대 산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은 신부전으로 2년 넘게 투석을 받던 67세 남성이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받고 사상 최장기간인 271일간 투석 없이 살았다고 발표했다.

돼지 장기가 인간 장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들이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례도 잇따라 나왔다. 과학자들은 아직은 돼지 장기가 인간 장기를 대체하지 못해도 인간 장기 이식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징검다리는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식할 장기를 구하기까지 환자를 살리거나 뇌사자의 장기를 적출하기 전까지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식이다.

지난 3월 중국 공군의대 시장병원 의료진은 간부전 환자에게 돼지 간이 있는 체외 순환 장치를 연결해 실제 간 이식 수술까지 생명을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뇌사자의 간을 다른 환자에게 이식하기까지 돼지 장기가 시간을 벌어줬다. 사람 살리는 고마운 복돼지들이 다가오고 있다.

참고 자료

Med(2026), DOI: https://doi.org/10.1016/j.medj.2026.101148

Nature Medicin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4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