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통해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질환인 '지방간'이 확인된 국내 환자 상당수가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와 간경변,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특히 당뇨·비만 등 고위험군에서도 간 섬유화 검사 시행률이 10%대에 머물러 지방간 관리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지방간 환자의 치료 연계 및 가이드라인 이행 실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간 분야 국제학술지 Liver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양대학교 전대원 교수팀이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차병원 오주현 교수, 노원을지대병원 이준혁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연구소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성인 1만2946명을 대상으로 한 웹 기반 설문조사에서 지방간 질환이 있다고 응답한 1000명 중 79.9%는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질환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경우는 소수였다.
지방간 진단 후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연계한 비율은 57.7%에 그쳤다. 반면 42.3%는 별다른 후속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후속 진료를 받지 않은 이유로는 '지방간이 심각한 질환이 아니라고 생각해서'(41.6%)가 가장 많았고, '스스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서'(23.9%), '의료진의 추가 검사 권고가 없어서'(23.9%)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간 관리의 핵심으로 꼽히는 간 섬유화 검사 시행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치료 연계 환자 가운데 간 섬유화 검사를 받은 비율은 14.9%에 불과했다. 고위험군 환자군은 검사 비율이 12.1%에 그쳤다. 1차 의료기관에서는 10.6%로 더 낮았다.
지방간 환자 중 61.9%는 당뇨, 비만, 심혈관질환 등 고위험군에 해당했다. 이들의 치료 연계율은 65.6%였지만 권고되는 섬유화 위험도 평가 시행률은 12.1%에 그쳤다. 의학계에서 권고하는 질환 관리 지침과 실제 임상 현장 사이의 간극이 확인된 셈이다.
연구진은 "지방간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환자는 이미 간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며 "진단 이후 어떤 환자에게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선별하고 실제 검사로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동네 의원 같은 1차 의료 환경에서 진단 이후 관리 경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에 권고안이 있음에도 실제 임상현장에서 고위험군조차 간 섬유화 검사를 받고 있지 못하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사망률 감소를 위해 체계적인 관리 경로 개선 등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이행 연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Liver International(2026), https://doi.org/10.1111/liv.70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