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미국과 영국, 중국 과학자들이 최근 아프리카에 퍼진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아낼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출혈열 환자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과거에는 유행 초기 100일간 수십 명이 감염됐지만 이번에는 200명 이상이 발생해 의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앞서 에볼라 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백신이 개발됐지만, 이번 바이러스는 아직 백신이 없어 예방할 방법도 없다.

의학계는 파국적인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 신종 에볼라 백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연구진은 각각 다른 바이러스를 이용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직접 주입하는 백신을 개발했다. 예전에 유행했던 바이러스는 물론, 이번 사태를 부른 바이러스까지 예방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코로나 mRNA 백신과 같은 방식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연구진은 "생쥐 실험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력을 제공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 18일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에볼라 출혈열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원인인 중증 감염병으로, 두통과 근육통, 발열, 전신 무력감을 거쳐 나중에 온몸에서 출혈이 나타난다.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에볼라강 인근에서 처음 바이러스가 발견돼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혈액이나 체액 접촉을 통해 감염되며, 치사율은 평균 50% 안팎이다. 상황에 따라 최대 90%에 이르기도 한다.

중국 연구진이 개발한 백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코로나 백신과 같은 원리이다.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는 대신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넣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쓰는 표면 당단백질과 세포 안쪽에서 유전물질을 보호하는 핵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지질나노입자에 담아 생쥐에 주입했다. mRNA가 바이러스 단백질을 합성하면 이에 대항하는 항체와 면역세포가 유도된다.

특히 중국 연구진은 생쥐 실험에서 mRNA 백신이 3가지 에볼라 바이러스에 모두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에볼라바이러스속(屬)은 크게 6종(種)이 있다. 이 중 자이르(EBOV), 수단(SUDV), 분디부교(BDBV), 타이포레스트(TAFV) 4종이 사람에 심각한 출혈열을 일으킨다. 이번 감염 사태는 분디부교 종이 불렀다.

에볼라 바이러스마다 표면 당단백질이 다르지만 핵단백질은 거의 같다. 중국 연구진은 자이르·수단·분디부교 바이러스의 당단백질 mRNA와 함께 서로 공유하는 핵단백질 mRNA도 같이 넣어 면역 효과를 높였다. 과학계는 mRNA 백신이 여러 에볼라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하는 독창적인 방식이지만, 인간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에서도 같은 효능을 보여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원리./자료 WHO, 챗GPT 생성 이미지

◇다른 바이러스에 에볼라 유전자 삽입

WHO에 따르면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1만1300여 명이 에볼라로 죽었다. 에볼라 바이러스 발견 이래 최악의 감염 사태였다. 의료진도 500명 이상 사망했다. 원인은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였다. 현재 쓸 수 있는 에볼라 백신은 모두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면역력을 제공한다.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에볼라 백신 에르베보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18세 이상 성인에게 사용하도록 승인을 받았으며, 2023년에는 생후 12개월 이상으로 접종 대상이 확대됐다.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젭데노·음바베아 2회 교차 접종 백신은 2020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승인을 받았다.

미국과 영국 연구진은 자이르 에볼라 백신과 같은 방식으로 분디부교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다른 바이러스를 유전자 전달체, 즉 벡터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벡터 바이러스가 인체 안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당단백질을 만들면 그에 맞는 면역 반응이 유도된다.

텍사스대 의대의 토머스 가이스버트(Thomas Geisbert) 교수는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에 분디부교 에볼라 바이러스의 당단백질 유전자를 끼워 넣었다. 이 백신은 원숭이 실험에서 분디부교 에볼라를 막아냈다. 가이스버트 교수는 머크의 에르베보 백신을 개발한 주역이다.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는 인체에 해가 없어 복제를 막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에볼라 바이러스의 단백질도 많이 생산해 면역 반응을 빨리 일으킬 수 있다.

옥스퍼드대 백신 그룹은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했다. 앞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에 쓴 방식이다. 역시 에볼라 바이러스의 당단백질을 인체에서 합성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감기 바이러스도 인체가 병원체로 인식한다. 연구진은 면역 반응에 혼선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간 대신 침팬지의 바이러스를 벡터로 썼다. 같은 이유로 벡터 바이러스의 복제도 차단했다. 옥스퍼드대는 세계 최대의 백신 제조사인 인도 세럼 연구소와 생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분디부교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사태는 이전보다 초기 환자 수가 훨씬 많아 공식 발표보다 환자나 사망자가 더 많을 가능성이 제기됐다./자료 네이처

◇사상 최대 속도로 퍼져 우려

현재로선 에볼라가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혈액이나 체액 접촉으로 감염되지 코로나19처럼 호흡기로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에볼라 발병이 아프리카에 국한된다는 이유로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과학계는 이번 에볼라는 이전과 다르다고 우려하고 있다. 환자 증가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민주콩고와 우간다 정부는 에볼라 감염 의심 사례 246건과 사망자 80건을 발표하며 에볼라 발병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연구진은 사흘 뒤 실제 감염자 수가 그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에볼라 유행은 공식 선언 당시 환자가 수십 명에 그쳤지만, 올해는 이미 246명이었다. 예를 들어 2014년 3월 기니 정부는 에볼라 발병을 공식 선언하면서 의심 환자 49명과 사망자 29명만 보고했다. 영국 연구진은 과거 분디부교 에볼라 치사율을 현재 보고 수치와 비교하면 이미 감염자가 1000명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에볼라 감염자와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민주콩고 정부는 지난 23일 에볼라 감염 의심 환자가 867명이고, 이 가운데 20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이스버트 텍사스 의대 교수는 분디부교 에볼라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에볼라 백신은 돈을 벌어주는 사업이 아니라서 대형 제약사들이 뛰어들 유인이 없었다"며 "2013년에 분디부교 백신 후보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지만 그 후 연구는 방치됐다"고 말했다.

가이스버트 교수는 나중에 에르베보 에볼라 백신이 될 결과를 2005년에 처음 발표했을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고 했다. 그는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1만1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상 최대 규모의 에볼라 유행이 발생하면서 비로소 백신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며 "지금 당장 나서면 분디부교 백신은 6~7개월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PNAS(2026), DOI: https://doi.org/10.1073/pnas.2517814123

Imperial College London(2026), DOI: https://doi.org/10.25560/13005307

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2013), https://www.imperial.ac.uk/mrc-global-infectious-disease-analysis/research-themes/preparedness-and-response-to-emerging-threats/report-ebola-update-20-05-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