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을 중소기업 범위에 포함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의료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안이 최종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동안 비영리 법인이라는 이유로 각종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서 제외됐던 의료법인도 정책금융과 세제, 연구개발(R&D) 지원 등 중소기업 대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25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전체 회의를 열고 의료법인(병원을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을 중소기업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을 통합·조정한 대안이다.
앞서 개정안은 산자중기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소위는 상임위원회 내부의 실무 심사 기구로 법안 필요성과 세부 조항 등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후 전체 회의까지 문턱을 넘어 이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만 남았다.
현행법상 의원·병원·한의원 등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는 일정 매출 기준을 충족하면 중소기업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의료법인은 의료법상 비영리 법인으로 분류돼 영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소기업 정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의료법인도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처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병원 운영 재단으로는 서울아산병원(아산사회복지재단), 삼성서울병원(삼성생명공익재단), 세브란스병원(연세대학교 의료원), 서울성모병원(가톨릭중앙의료원) 등이 있다. 지역 거점 의료법인으로는 가천대 길병원(길의료재단), 대전을지대학교병원(을지재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자금 조달 환경이다. 중소기업 지위를 얻게 되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의 정책자금과 저리 대출, 보증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스마트병원 전환 사업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연구개발(R&D) 사업 참여 문턱도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지방 의료기관들은 의정 갈등 장기화와 의료 인력난, 경영 악화 등이 겹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책금융 접근성이 개선될 경우 시설 투자와 의료 장비 교체 부담을 일부 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도 입법 취지에 공감하며 찬성 의견을 냈다.
복지부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와 국민경제 균형 발전이라는 중소기업기본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의료법인은 공공성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만큼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입장이 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기부는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 대상은 원칙적으로 영리기업 중심이어야 한다"며 반대 관점을 보였다. 의료법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중소기업기본법이 아닌 의료법 체계 안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최근 복지부가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와 비영리 조직 간 형평성 등을 이유로 찬성 의견을 제출하면서 중기부도 조건부 수용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의 얘기다.
개정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법인'을 중소기업자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실제 적용 대상은 향후 시행령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 병상 규모와 매출 기준, 지역 여부, 공공성 등을 토대로 적용 범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선 형평성 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수백 병상 규모 의료법인까지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경우 정책 지원이 대형 병원으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 제조업체나 벤처기업과 한정된 정책 재원을 두고 경쟁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바이오·헬스케어 혁신 측면에서는 대형병원도 인정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인공지능 기반 정밀 의료 등 의료 혁신의 상당 부분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혁신 효율성만 놓고 보면 인프라가 갖춰진 대형 병원도 활용 대상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인공지능 기반 정밀 의료 등 의료 혁신의 상당 부분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혁신 효율성만 놓고 보면 인프라가 갖춰진 대형병원도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정 사태에 따른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진료 공백과 수술 감소 등 직접적인 운영 충격은 상급종합병원에서 가장 두드러졌다"고도 했다.
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공포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