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성 근위축증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던 아이들이 무릎에 입는 로봇을 장착하고 재활 훈련을 한 끝에 처음으로 혼자 일어섰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선천적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혼자 일어섰다. 무릎에 로봇을 착용하고 재활 훈련을 한 덕분이다. 이전에도 아이들의 보행을 돕는 로봇이 있었지만 기계가 힘을 받쳤지 이번처럼 근육을 발달시키지는 못했다.

중국 베이징항공항천대 기계공학부의 펑양펑(Yanggang Feng) 교수 연구진은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는 어린이들의 신경근 회복을 촉진하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로봇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로봇을 착용한 훈련을 중단한 후에도 재활 효과가 유지됐다. 단기간 운동 기능을 높인 게 아니라 지속적인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6주 재활 훈련 후 스스로 일어나

척수성 근위축증은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돼 근육을 위축시키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SMN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병으로, 신생아 1만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지난 10년 동안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깨우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유전자 자체를 손보는 치료법이 개발돼 신경세포 손실을 멈추거나 크게 늦췄다. 하지만 이미 위축된 근육을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연구진은 등속성 재활 훈련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등속성 훈련은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각도로 무릎을 펴도록 하는 방식이다. 환자가 힘을 강하게 주면 무릎에 장착한 로봇도 그에 맞춰 저항을 높여 너무 빨리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반대로 약한 힘을 주면 저항을 낮춰 역시 각속도를 맞춘다. 이를 통해 환자가 스스로 근육의 힘을 계속 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척수성 근위축증 어린이 환자들은 무릎에 로봇을 장착하고 6주간 재활 훈련을 한 끝에 처음으로 혼자서 일어날 수 있었다./중국 베이항대 -

로봇 재활 훈련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앉은 자세에서 일어서지 못하던 6~10세 환자 6명에게 진행했다. 아이들은 다리를 60회 이상 움직이는 훈련을 한 주에 5회씩 6주간 받았다. 재활 훈련을 게임으로 만들어 환자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아이들은 다리를 뻗을 때 모니터로 자신이 공을 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훈련을 마친 아이들은 모두 로봇 없이도 앉은 자세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영상 촬영 결과 아이들의 허벅지 근육인 대퇴사두근 부피가 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 훈련으로 근력이 강해져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무릎을 굽힐 때 두 배 이상 힘을 낼 수 있었다. 앉은 자세에서 일어서기까지 필요한 시작 각도가 111도에서 104도로 감소했다. 더 낮은 자세에서도 일어설 수 있었다는 말이다.

특히 재활 효과가 장기간 유지됐다. 아이들은 나중에 6주간 주 3회씩 로봇을 쓰는 저강도 등속성 재활 훈련을 하고 다시 기존 물리치료로 복귀했다. 이후 30일간 추적 관찰한 결과 로봇 훈련을 중단하고도 재활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펑 교수는 "입는 로봇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인 신경근 회복을 촉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교신 저자인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랩의 토니 슈(Tony Shu) 연구원은 "부모들에 따르면 집에서 아이들이 침대에서 몸을 굴려 일어나거나 특정 자세로 몸을 움직이려 할 때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무게가 1kg 미만인 웨어러블 로봇이 척추성 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의 무릎 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국 베이항대

◇기존 로봇과 달리 근본 치료 효과 내

이전에도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들은 등속성 재활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재활 훈련은 의료 기관에서 전문 장비로만 가능했다. 기기 자체도 부피가 커서 어린이들이 쓰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무릎에 장착하는 로봇은 무게가 0.96㎏이어서 착용하는 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를 위한 로봇도 이전에 있었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와 연구소 기업인 마르시 바이오닉스(Marsi Bionics)는 2016년 최초의 어린이용 외골격(外骨格) 로봇을 개발했다. 외골격은 다리를 감싸는 보행 보조기 형태이다. 알루미늄과 티타늄 재질로 아이 몸을 고정한다. 무게는 12㎏이 조금 못 된다.

외골격 로봇은 아이가 걸으려 할 때 나타나는 근육 신호를 센서가 감지해 그에 맞춰 관절 부위에 달린 모터를 작동시킨다. 말하자면 아이 생각대로 로봇 다리가 움직이는 것이다. 로봇 덕분에 다섯 살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외골격 로봇은 걷는 동작을 도울 뿐 근육을 키우지는 못한다.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반면 무릎에 장착한 이번 로봇은 운동 신호 전달을 촉진해 근육을 키웠다.

다만 이번 연구는 로봇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재활 훈련을 받은 환자들인 대조군과 비교하지 않아 로봇이 재활 효과를 냈다고 단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환자 가족으로선 로봇을 쓰지 못한다면 연구에 참여하길 꺼렸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투자자가 나서면 입는 로봇을 척수성 근위축증 유전자 치료의 보완 수단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절과 근육 훈련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줄곧 휠체어 신세만 지던 다섯 살 알바로가 스페인 과학자들이 만든 어린이용 외골격 로봇을 입고 처음으로 걷고 있다./CSIC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642-0

CSIC(2016), https://www.eurekalert.org/news-releases/52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