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잇따른 '응급분만 뺑뺑이' 사고와 관련해 고위험 산모·신생아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단순 지원책만으로는 이미 붕괴 위기에 놓인 지방 분만 인프라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장관은 14일 필수의료·고위험 분만체계 운영 현황 점검을 위해 전남 순천 지역의 시니어 의사 운영기관과 지역모자의료센터를 찾아 "임산부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필수의료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인들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안전망을 강화하고 적정 보상체계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전남 동부권 지역거점공공병원인 순천의료원을 방문해 시니어 의사 지원사업 운영 현황을 점검한 데 이어, 전남 유일의 지역모자의료센터인 현대여성아동병원을 찾아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체계와 응급 대응체계를 살폈다.
이번 현장 방문은 최근 대구와 충북 청주에서 고위험 임산부가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장시간 이송되는 이른바 '응급분만 뺑뺑이' 사고가 잇따른 이후 마련됐다. 복지부는 현재 모자의료 전달체계와 전원·이송체계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을 포함한 '모자의료 안심분만 개선방안'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필수의료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 추진 계획도 밝혔다.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의료사고 부담 없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배상보험료 지원이나 단기 인력 지원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고위험 분만은 산부인과뿐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신생아중환자실(NICU)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지만 지방에서는 이미 관련 인프라가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전국 산부인과 전임의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40여개 대학병원 산부인과 전임의는 17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산과 전임의는 5명뿐이었다. 근무지도 강남차병원, 가천대 길병원, 건국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소아청소년과 인력난도 심각하다. 호남권 유일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인 전주 예수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복지부가 이날 새로 지정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2곳은 서울성모병원과 성빈센트병원으로 모두 수도권에 위치해 지역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병상 부족 문제도 여전하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시도별 NICU 자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NICU 병상 수는 1953개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충북·전남·경북의 병상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 NICU 병상 수는 충북 30개, 전남 26개, 경북 18개였지만, 보건복지부가 산정한 필요 병상 수는 각각 충북 32개, 전남 35개, 경북 44개였다. 충북은 2개, 전남은 9개, 경북은 26개 병상이 부족한 셈이다.
최근 충북 청주에서 고위험 임신부가 응급 분만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한 채 부산까지 이송되다 태아가 숨진 사건에서도 충청권 병원들의 수용 거부 이유로 산과 전문의 부재와 NICU 병상 부족이 지목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에 우려를 나타냈다. 대전협은 "복지부와 소방청이 지난 3월부터 호남권을 대상으로 광역상황실 기반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실 과밀화와 배후진료 공백, 사전 고지 없는 이송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