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출항한 크루즈 'MV 혼디우스(MV Hondius)'에서 집단 감염을 일으킨 한타바이러스의 첫 유전체(게놈)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현재까지 분석에서는 기존 남미 안데스(Andes) 바이러스 계통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제네바대 병원 산하 국립 신종 바이러스 감염 레퍼런스 센터는 8일(현지 시각) 전문가 포럼 'virological.org'를 통해 이번 감염 사례 바이러스의 전체 게놈 서열을 처음 공개했다.
이번 집단 감염은 아르헨티나에서 출항해 대서양을 횡단 중인 극지 탐험 크루즈 MV 혼디우스에서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 등 총 147명이 탑승한 가운데 8일 기준 의심 환자 8명과 확진자 6명이 확인됐으며 이 중 3명이 숨졌다.
한타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타액 등을 통해 감염된다. 배설물이 건조되며 생긴 미세 입자가 공기 중에 퍼져 호흡기로 들어가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크루즈선에서는 쥐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WHO는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나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우간다 바이러스연구소 공동연구 유닛의 데이미언 털리 박사는 영국 사이언스미디어센터(SMC)를 통해 "현재 공개된 유전체는 기존 자연 숙주에서 인간으로 전파된 한타바이러스와 전반적으로 유사하다"며 "극적으로 변형된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2018~2019년 아르헨티나 유행 당시 확인된 안데스 바이러스 계통과 가장 가깝다"며 "현재까지 유전체 재분절(reassortment)이나 비정상적 진화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분절은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유전물질 일부를 교환해 새로운 변이를 만드는 현상이다.
바이러스학자 피에트 마에스 벨기에 브뤼셀대 플로트킨 연구소 교수도 "이번 바이러스는 칠레·아르헨티나 설치류 저장소에서 순환하던 전형적인 안데스 바이러스 계통으로 보인다"며 "예상 범위를 벗어난 특이 돌연변이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공개된 자료가 단일 환자 유전체 자료에 기반한 분석인 만큼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털리 박사는 "현재로선 여러 차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것인지, 단일 감염 이후 사람 간 전파가 이어진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며 "추가 환자와 동물 저장소에 대한 유전체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들의 바이러스 유전체가 거의 동일하다면 최근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유전적 차이가 크다면 각각 독립적인 동물 감염 사례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MV 혼디우스호는 10일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현지 당국은 승객들을 하선시킨 뒤 격리·검사를 거쳐 본국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다만 주민의 반발이 이어져 선박은 입항하지 않은 채 승객만 하선시킬 가능성 거론된다.
이번 전문가 의견은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를 통해 제공됐다. SMCK는 과학계와 언론을 연결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국내외 주요 과학 이슈와 관련한 전문가 분석과 검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