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전 국민 백신 접종을 주도한 문재인 정부의 백신 관리 부실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당시 질병관리청장이자 현 보건복지부 수장인 정은경 장관의 책임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감사원 지적과 시민단체 고발에도 경찰이 각하 처분을 내리면서 논란이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전날(28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은경 장관, 권덕철 전 복지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직무유기·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이달 1일 각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별도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다만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같은 사안과 관련해 '백신 이물질 신고를 은폐한 채 접종을 강행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별도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이달 2일에는 문 전 대통령과 정 장관을 입건하고 고발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백신 접종 과정에서 제기된 안전성 문제다. 일부 접종 이후 사망 사례와 이상 반응 신고가 이어지면서 불신이 커졌고,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가 관련 정보를 축소하거나 은폐한 채 접종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도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2월 공개된 '코로나19 대응실태 진단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 이물 신고는 총 1285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바이알(병) 고무마개 파편이 떨어진 사례(65%)가 다수를 차지했고,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 등 위해 우려 물질 신고도 127건(9.9%)에 달했다.
문제는 대응 과정이다. 현행 매뉴얼상 이물이 발견되면 질병청은 식약처에 품질 검토를 요청해야 하지만, 감사원은 질병청이 이를 통보하지 않고 제조사에만 알린 뒤 자체 조사 결과를 별도 검증 없이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021~2023년 사이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2703명이 접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물이 보고된 백신은 전량 격리돼 실제 접종 사례는 없었으며,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만 회분에서도 품질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에 여당이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현재 방역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종 변이 출현과 여름철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백신 접종이 다시 권고되고 있지만, 이미 낮아진 접종률에 더해 관리 체계에 대한 불신까지 겹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신 관리 부실 논란 속에서 정 장관의 정책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의료 인력 확충, 필수의료 개편, 공급망 대응까지 복합 과제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다.
정부는 최근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대의 정원 확대를 확정하고, 증원 인원을 전원 지역의사로 선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역 필수의료 공백 해소라는 구조적 과제까지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공공보건의사(공보의)에 의존해 온 의료취약지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의료취약지 보건의료 긴급 지원사업'이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지난 2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공보의 상황은 사실상 재난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공보의가 실질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복무형 지역의사 배출 이전까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참여 지자체 공모와 필수의료 보상 체계 개편을 병행 추진하며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전쟁에 따른 의료 소모품 수급 차질 우려까지 더해졌다. 복지부는 주사기 등 의료 물품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시행하며 공급망 관리 대응에 나섰다. 백신 관리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 장관을 둘러싼 책임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