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중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기준이 대폭 강화한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대형 병원이 본연의 역할인 고난도 의료 행위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중증·응급 의료의 최후 보루로서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병상 규모가 큰 대학병원 등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으려면,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 비율을 기존 34%에서 38%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가벼운 질환을 앓는 경증 환자의 비율은 7% 이하에서 5%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병원들로선 정부가 매기는 상대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중증 환자를 더 많이 받고 경증 환자는 동네 병원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인력 산정 방식도 입원 환자 중심으로 크게 바뀐다. 기존에는 간호사가 외래환자 3명을 돌보는 것을 입원 환자 1명을 돌보는 것과 같게 인정했는데, 앞으로는 외래환자 12명을 돌봐야 입원 환자 1명으로 환산한다. 입원 환자 관리에 더 많은 간호인력을 투입하라는 조치다.

신규 간호사 등을 교육하는 교육 전담간호사를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의무 규정도 신설됐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역할인 중증·고난도 진료에 집중하게 되고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대형 병원 쏠림으로 인한 대기시간 증가 문제를 완화하고 중증 환자 치료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경증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접근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대신 1·2차 의료기관 이용을 유도해 전체 의료 체계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병원들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특례 조항을 뒀다. 올해 말까지 지정을 신청하는 병원은 4월 2일까지는 기존 기준을 적용받지만, 그 이후부터 6월 말까지는 강화된 중증 환자 비율 38%와 경증 환자 비율 5%를 충족해야 한다. 복지부는 5월 26일까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병원으로서는 이 혼합 산정 기간의 환자 데이터를 정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자격 유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은 병원이 받는 진료비인 수가 체계와 직결되는 법적 요건이다. 재지정에서 탈락하면 병원 규모에 따라 추가로 받는 종별 가산금 등 재정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2024년 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운영되는 제5기 상급종합병원은 전국에 총 47곳이 있다.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병원, 경희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이대부속목동병원, 중앙대병원, 한양대병원, 강릉아산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부산대병원, 울산대병원, 전남대병원, 원광대병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