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이 표준 치료가 어려운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양성자 치료(Proton Beam Therapy)의 효과를 입증했다. 간암 치료의 '사각지대'로 불리던 환자군에서 의미 있는 치료 성과를 확보하며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삼성서울병원은 방사선종양학과 박희철·유정일 교수와 이정하 전공의 연구팀이 양성자 치료를 시행한 간암 2000건(환자 1823명)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유럽암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ncer)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양성자 치료는 입자 방사선의 일종으로, 체내 특정 깊이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방출한 뒤 소멸하는 물리적 특성을 가진다. 이로 인해 종양에는 고선량을 전달하면서도 주변 정상 조직, 특히 정상 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종양 위치와 호흡에 따른 장기 움직임을 정밀하게 반영하는 고도의 치료 계획과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는 2015년 말 양성자치료기 도입 이후 약 10년간 축적된 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단일기관 분석이다.
연구 대상은 국제 간암 치료 가이드라인(BCLC)기준에서 수술이나 고주파 소작술 등 표준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다. 종양 위치, 간 기능 저하, 기저 질환, 고령 등의 이유로 기존 치료 적용이 제한된 소위 미충족 수요 환자군이다.
연구진은 소화기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 체계를 통해 환자를 선별하고, 고정밀 양성자 치료를 적용했다. 특히 치료 전 4차원 CT를 활용해 장기 움직임을 분석하고, 치료 중 호흡을 반영하는 기술을 적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그 결과 2년 국소 무진행 생존율(FFLP)은 전 병기에서 90% 이상을 기록했다. 병기별로는 0기 95.5%, A기 93.9%, B기 98.5%, C기 87.6%로 나타났다. 3년 기준에서도 각각 91.1%, 91.3%, 95.0%, 83.3%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0기는 종양이 매우 초기 단계로 완치 가능성이 높은 상태, A기는 종양이 간에 국한된 초기 단계, B기는 종양이 다발성으로 진행된 중기 단계, C기는 혈관 침범이나 전이가 동반된 진행성 단계에 해당한다.
전체 생존율도 양호했다. 3년 생존율은 0기 81.1%, A기 65.5%, B기 45.5%, C기 37.2%로, 진행성 환자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
유정일 교수는 "다학제 협진과 표준화된 치료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대규모 코호트를 구축한 것이 이번 성과의 배경"이라며 "양성자 치료가 간암 환자의 예후 개선에 기여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철 교수도 "기존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서 높은 국소 제어율과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며 "향후 전향적 연구를 통해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2025년 기준 누적 환자 8000명을 넘어섰으며, 간암이 전체 치료의 약 3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고선량 방사선을 짧은 시간에 조사하는 '플래시(FLASH)' 치료 기술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참고 자료
European Journal of Cancer(2026), DOI: https://doi.org/10.1016/j.ejca.2026.116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