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약가(藥價) 보상 강화와 민관 공동 대응체계 구축 방안이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했다.
정부는 채산성 악화로 생산이 중단되는 '퇴장방지의약품'의 지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약가 인센티브를 확대해 필수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건정심에서 필수의약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전주기 대응체계 구축과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개선, 공급 기여 기업 인센티브 도입 등을 포함한 공급 안정 대책을 확정했다.
◇민관 협의체 확대 개편…대체 처방·조제 대응 강화
우선 의약품 수급 불안정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공동 협의체를 확대 개편한다. 현재 운영 중인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를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동 의장 체제로 전환하고 의료계·약업계·제약업계·환자단체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해 공급 중단 위험 발생 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협의체는 오는 11월 시행된다.
정부는 원료 수급 차질과 제조 기준 강화, 낮은 채산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공급 중단 문제에 대해 기관 간 정보 공유와 맞춤형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 처방과 조제 과정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대응 체계도 마련된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상황 발생 시 처방 단계에서 동일 성분 대체 처방이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조제 단계에서는 대체조제 이후 의사에게 사후 공유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확대·원가 보전 기준 상향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면 개편된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낮아 생산 또는 수입 원가 보전이 필요한 의약품이다. 현재 622개 품목이 지정돼 있다.
정부는 지정 기준을 10% 상향하고 국가필수의약품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 중요성이 높은 약제를 우선 편입하는 방식으로 지정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원가 보전 기준도 강화된다. 저가 의약품의 연간 청구액 기준은 기존 1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되고 원료 가격 상승분을 약가에 신속히 반영하는 체계도 도입된다.
또 진료 현장에서의 중요성과 안정적 공급 노력 등을 반영해 최대 10% 수준의 정책 가산을 신설하고 제조 경비와 인건비 산정 방식도 현실에 맞게 조정하기로 했다.
퇴장방지의약품 공급 비중이 높은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수급안정 선도기업' 제도도 새롭게 도입된다.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비중 또는 청구액 비중이 20% 이상인 제약사가 신규 제네릭 의약품을 등재할 경우 최대 50% 수준의 가산 약가를 4년간 적용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약 19개 기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원료' 약가 우대…기등재 의약품도 소급 적용
필수의약품 생산 기반 유지를 위한 약가 우대 제도도 확대된다.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국가필수의약품과 항생 주사제, 소아용 의약품 등 생산 기반 유지가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최대 68% 수준의 약가 우대가 적용된다.
약가 우대 기간도 기존 5년에서 최대 10년 이상으로 확대된다. 기존에는 신규 등재 의약품 중심으로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이미 등재된 의약품에도 소급 적용된다.
또 공급 안정 목적의 약가 인상 품목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사용량–약가 연동제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약가 인상에 따른 보상이 실제 공급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공급량과 공급 기간을 명시한 계약 체계를 강화하고 계약 불이행 시 우대 금액 환수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의약품 공급중단 5년간 1418건…올해도 이미 46건
이번 대책은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2월 말까지 제약사가 보고한 의약품 생산·수입·공급 중단(부족) 신고는 총 1418건으로, 품목 수 기준으로는 1263개에 달했다.
연도별 신고 건수는 2021년 185건에서 2022년 254건, 2023년 310건으로 증가한 뒤 2024년 291건, 2025년 332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올해도 2월 말 기준 이미 46건이 보고됐다.
공급 중단 원인으로는 제조원 문제가 23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원료 수급 문제 157건, 채산성 문제 146건, 판매 부진 144건, 수요 급증 127건, 행정상 문제 118건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