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기와 몸무게가 비슷한 괴팅겐 미니 피그. 영국 과학자들이 식도가 손상된 괴팅겐 미니 돼지에 다른 돼지의 식도를 이식해 기능을 회복시켰다./Ellegaard Göttingen Minipigs

영국 과학자들이 식도가 손상된 돼지에 다른 돼지의 식도를 이식해 기능을 회복시켰다. 식도의 지지 조직만 남기고 세포는 이식받는 돼지의 줄기세포로 바꿔 면역 거부 반응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태어날 때부터 식도에 구멍이 생겨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소아 환자도 같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그레이스 오스먼드 스트리트 병원의 파올로 데 코피(Paolo De Coppi) 교수는 "미니 돼지 8마리에 다른 돼지의 식도를 이식해 5마리가 6개월까지 아무 문제 없이 생존했다"고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돼지 간(間) 식도 이식 실험은 선천성 식도 폐쇄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이라고 밝혔다.이런 소아 환자는 식도 문제로 음식을 삼키지 못한다. 지금은 위를 목까지 올려 목 뒤쪽과 직접 연결하거나, 결장 일부를 이식해 그 간격을 메우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돼지 사이 식도 이식 과정./Nature Biotechnology

◇돼지 사이 식도 이식에 성공

연구진은 어린 환자가 견디기 힘든 큰 수술 대신 문제가 있는 부분만 교체하는 방법을 찾아왔다. 손상된 식도를 없앤 다음 환자 자신의 세포로 이뤄진 기증자의 식도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식도의 뼈대는 다른 사람에서 나왔지만, 세포는 환자 것이어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소아 환자가 식도를 기증받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동물의 식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앞서 몸집이 큰 시궁쥐의 식도 위에 생쥐 세포를 배양해 생쥐에 이식한 바 있다. 돼지의 식도 지지 조직을 토끼에 이식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아기와 몸집이 비슷한 몸무게 10㎏짜리 괴팅겐 미니 돼지의 식도를 이용하기로 하고 먼저 돼지 식도 이식 수술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먼저 식도를 이식받을 돼지의 배에서 근육 세포를 채취했다. 그 안에서 근육혈관과 결합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두 가지 줄기세포를 추출했다. 다음은 이식할 식도를 확보하는 단계이다. 미니 돼지 16마리의 식도를 채취하고 세포를 제거해 뼈대에 해당하는 지지 조직만 남겼다. 여기에 이식받는 돼지의 줄기세포를 넣고 배양했다.

연구진은 이식받는 돼지 8마리에서 식도 2.5㎝ 길이를 잘라내고 2개월간 배양한 다른 돼지의 식도로 대체했다. 식도를 이식받은 돼지는 8마리 중 5마리가 6개월간 생존했다.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식도의 근육과 신경, 혈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식된 식도에서 활성화된 유전자들도 자연 상태의 식도와 비슷했다.

호주 퀸즐랜드대의 외과 전문의인 앤드루 바버(Andrew Barbour) 교수는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식도를 생성한 인상적인 연구 결과"라며 "이식한 식도에 삼킴 문제를 일으키는 흉터 조직이 일부 형성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식도 11㎝가 없이 태어난 케이시 맥킨타이어(2). 미니 돼지의 식도 지지 조직에 맥킨타이어의 줄기세포를 이식해 배양하면 이식 가능한 식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영국 UCL 그레이트 오스몬드 스트리트 병원

◇5년 내 소아 환자에 적용 기대

데 코피 교수 연구진은 최대 10~15㎝ 길이의 식도를 배양할 수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가 성공하면 앞으로 5년 안에 소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마르코 펠레그리니(Marco Pellegrini) 박사는 "소아 환자의 세포를 돼지의 지지 조직과 결합해 새로운 식도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식한 식도에는 환자의 근육 전구세포가 포함돼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식도를 이식받은 미니 돼지는 6개월 동안 다른 돼지처럼 체중이 증가했고 식도 구조도 점점 자연 상태의 식도와 비슷해졌다. 연구진은 식도가 이식 후에도 계속 성장하고 성숙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인 과학자도 있다.

더스코 일리치(Dusko Ilic)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속이 빈 복잡한 장기의 기능적 대체물을 공학적으로 제작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을 보였다"면서도 "이 방법이 식도가 없는 상태로 태어난 어린이들에게 해결책을 제공한다는 주장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창 성장하는 어린이에게 이식한 장기는 같이 자라야 하는데, 아직 이식된 식도가 자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리치 교수는 돼지의 정상적인 체중 증가를 식도의 성장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식도의 성장을 입증하려면 이식한 식도를 직접 측정하고, 조직 발달을 지원하는 자가 재생 전구세포를 확인하는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고 자료

Nature Biotechnology(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7-026-03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