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진료 상담 수요 중 85%는 인공지능(AI)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리더십과 규제 혁파입니다."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메디컬 코리아 2026'의 화두는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과 그 뒤에 가려진 '현실적 제약'이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에드워드 막스(Edward Marx) 막스 어드바이저리 CEO는 AI가 헬스케어의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평균 18년이 걸리던 신약 개발이 수년으로 단축되는 등 의료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조차 과도한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며 각국 거버넌스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 'AI 고속도로' 구축 선언…데이터 공유가 성패 가를 것
정부도 AI를 활용한 공공의료 체질 개선안을 내놨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축사에서 국공립병원 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과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100만명 규모의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 AI 의료 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파편화된 데이터의 통합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해묵은 과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기술이 실제 혜택으로 이어지려면 데이터 활용과 보호를 위한 법적 체계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건강보험 체계 내 편입을 통한 비용 부담 완화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AI가 전부는 아니다"… 현장의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오후 세션에서는 AI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철수 예일대 교수는 AI 시대일수록 오히려 '의사 간 신뢰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국경을 넘는 진료에서 임상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무적인 리스크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태한 에이치디아이 홍콩 전무는 급증하는 외국인 환자 진료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분산할 보험 상품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진아 APEX 헬스케어 컨설턴트는 2029년 159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GCC(걸프협력회의) 시장 진출을 위해 단순 환자 유치를 넘어 전문 센터(CoE) 중심의 전략적 접근을 주문했다.
◇재생의료·항노화, 새로운 먹거리인가 거품인가
미래 먹거리로 꼽힌 재생의료와 항노화 세션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와 K-뷰티를 결합한 프리미엄 전략이 소개됐다. 오한진 아이디병원 센터장과 김선만 아미랑의원 원장 등은 줄기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와 맞춤형 진료 트렌드를 발표했으나, 이 역시 정부의 규제 개선 속도가 산업의 발걸음을 따라가느냐에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다. 김용민 재생의료진흥재단 팀장은 최근 시행된 개정법과 정부의 정책 현황을 공유하며 제도적 보완 노력을 설명했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의료는 이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이 됐다"며 민관 협력을 당무했다. 한국 의료의 디지털 전환과 해외 진출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시작된 이번 행사는 포럼과 비즈니스 미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오는 22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