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1세인 김씨는 회사에서 기획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김씨는 작년부터 대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을 겪었다. 단순한 치질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나중에 건강검진을 받아보면 되겠다 싶어 병원 가는 걸 차일피일 미뤘다. 그런데 연초 건강검진 때 대장 내시경을 해보고 대장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대장암은 국내에서 폐암, 위암에 이어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이다. 폐암, 간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암 사망 원인이 되는 암이다. 우리나라에는 한 해 약 3만5000건의 대장암이 새로 진단된다. 하지만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고 위험 인자가 잘 알려져서 예방과 치료가 손쉬운 암이다. 일찍 발견만 하면 5년 생존율이 90%가 넘는다. 병기(病期)만 낮으면, 수술을 통한 완치가 가능하고 항암 치료도 필요 없다.
그러나 발견이 늦어 병변이 장벽을 침입하고 림프샘을 침범하면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해진다. 그렇지만 심지어 간이나 폐로 전이된 경우에도 전이 병소(암세포가 처음 발생한 곳에서 이동해 다른 조직이나 장기에 자리 잡아 형성된 새 종양)가 제한적이면 외과 수술로 잘라내거나 고주파 치료를 병행하여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대장암의 가장 큰 특징은 암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인 선종성(장 점막에 생기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양성 종양) 용종으로 오래 존재하다가 암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보통 정상 점막에서 선종성 용종을 거쳐 암으로 진행하는 데 수년에서 10년 이상 걸린다. 따라서 이 기간에 대장 내시경 검사로 전암성 병변인 선종을 발견해 제거하면 아예 암에 걸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분변 잠혈 검사(대변 속 미량의 혈액을 검출해 대장암·용종·치질 등 소화관 내 이상 출혈을 찾는 선별 검사)를 시행하고, 양성이 나오면 대장 내시경을 받도록 권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점점 대장암의 발생이 젊은 사람에게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젊은 층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20~30대 대장암 환자 수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새 무려 34.3%나 증가했다. 물론 50대 이상 환자가 여전히 대장암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증가 속도만 놓고 보면 젊은 층에게서 훨씬 가파르다. 실제 젊은 층에게서 대장암은 김씨처럼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50세 미만은 국가 검진 대상이 아니고, 복통이나 혈변 같은 증상이 나타나도 환자가 과민성 장 증후군이나 치질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장암이 젊은 층에게서 빠르게 늘고 있는 이유로 인구 고령화, 비만, 붉은 육류 섭취의 증가, 섬유질 섭취 부족, 신체 활동 부족, 음주, 흡연 등이 지목된다. 특히 대장암은 유전적 경향이 강해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한다. 좀 더 일찍, 좀 더 자주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혈변, 배변 습관의 변화, 원인 모를 빈혈이나 체중이 줄어든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