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 소아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간(肝) 합병증을 항암 치료 시작 전부터 미리 가려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식 당일이나 이후에야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었던 기존 방식보다 한 단계 앞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서울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홍경택·강형진 교수와 융합의학과 한도현 교수, 유수완 전 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소아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간정맥폐쇄성질환(VOD)'의 고위험군을 조기에 가려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질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핵심 혈액 단백질 표지자도 발굴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백혈병 같은 혈액질환 환자의 손상된 골수를 제거한 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새로운 혈액 세포를 만들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소아 환자의 경우 이식 전 병든 골수를 비우기 위해 고강도 항암 치료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부설판(Busulfan) 등 고독성 항암제가 간 미세혈관을 손상하며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이 간정맥폐쇄성질환이다. 이는 간이 커지고 복수가 차거나 혈소판 감소, 간·신장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하며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 소아 환자의 약 15~3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사망률이 최대 8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연구팀은 고위험군 환자를 미리 선별해 예방 치료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고자 항암 치료 전 단계에서 위험 환자를 가려낼 수 있는 혈액 단백질 표지자 발굴에 나섰다.
이를 위해 반 일치 공여자(부모 등 절반 정도 조직이 맞는 공여자)를 이용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앞두고 부설판으로 고강도 전처치를 받은 소아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항암 전후 혈액 내 단백질 720종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중증 간정맥폐쇄성질환이 발생한 26명과 발생하지 않은 대조군 25명으로 구성됐다.
분석 결과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들은 항암 치료 이전부터 간에서 독소를 해독하는 효소인 GCLC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성 항암제를 제거할 수 있는 '해독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동일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질환이 발생한 환자들은 항암 치료 시작 전부터 해당 효소 수치가 낮았고, 간의 대사 기능을 반영하는 단백질 FBP1의 발현도 유의미하게 낮아 독성 자극에 취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질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15개의 초기 단백질 표지자를 선별해 머신러닝 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임상 적용성을 높이고자 예측력이 가장 높은 5개 단백질(HRNR, FBP1, DCD, GCLC, LSAMP)만을 활용한 패널로 축소해 분석한 결과, 이들 지표만으로도 고위험군을 높은 정확도로 구별하는 예측 성능(AUC 0.922)을 보였다. AUC는 1에 가까울수록 예측력이 높다는 의미다.
홍경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간정맥폐쇄성질환이 발생하는 환자들은 항암 치료 전부터 이미 다른 혈액 단백체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단백체 지표는 고위험군 환자를 조기에 선별해 예방 치료를 시행하고 더 안전한 이식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조혈모세포이식학회(ASTCT) 공식 학술지 '이식과 세포치료(Transplantation and Cellular Therapy)'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Transplantation and Cellular Therapy(2025), DOI: https://doi.org/10.1016/j.jtct.2025.12.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