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당시 백신 이물질 관리가 부실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당시 방역 총괄 책임자였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소셜미디어에 "곰팡이·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포함됐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이 접종됐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감사원 발표가 있었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당시 질병관리청장이었던 정 장관의 경질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백신 테러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는 잠잠하다"며 "야심한 새벽에도 폭풍 같은 엑스를 날리던 대통령은 어디에 있느냐"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주진우 의원은 "정 장관은 질병청장 시절 왜 이 사실을 은폐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이물 백신의 제조번호와 접종 병원을 공개하고 접종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질병관리청장이었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연합뉴스

◇이물 신고 1285건…식약처 통보 없이 제조사 조사로 종결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코로나19 대응실태 진단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청은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의료기관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이물 신고 1285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835건(65%)은 접종 과정에서 바이알 고무마개 파편이 떨어진 사례였다.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 등 위해 우려가 있는 이물 신고도 127건(9.9%) 있었다.

정부 매뉴얼상 백신에서 이물이 발견되면 질병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질 검토를 요청하고, 식약처는 성분 분석 등을 거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해당 제조번호 백신에 대해 접종 보류나 수거·검사 조치가 이뤄진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질병청은 이물 신고를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고 제조사에만 알렸다. 제조사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별도 검증 없이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사안을 종결했다는 것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 접종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2021~2023년 사이 2703명이 유효기간이 만료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이에 질병청은 즉각 브리핑을 열고 "이물이 보고된 백신은 전량 격리·보관했으며 실제 접종된 사례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만회분에서도 제조·공정상 품질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팬데믹 당시 식약처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에 직접 조사 의뢰를 한 경우가 많았으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해당 제조번호 전체에 대한 접종 중단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접종률 42.7%…전문가 "중증 위해 근거 없어, 영향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백신 신뢰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이미 낮은 상황에서 관리 체계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질병청 예방접종 현황에 따르면 24일 기준 2025~2026 절기 6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42.7%다. 같은 기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80.3%)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독감처럼 연 1회 정기 접종 체계로 전환했지만, 참여율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물 신고가 접수된 특정 제조번호에서 중증 이상반응이 급증하거나 공중보건학적 위해성이 확인된 바는 없다"고 했다.

그는 "1285건의 이물 신고 백신은 전량 격리돼 실제 접종되지 않았고, 1420만회분은 동일 제조번호 백신의 전국 누적 접종량일 뿐"이라며 "제조번호 하나에 수만~수백만 회분이 포함되는 현실에서, 단 한 건의 이물 보고만으로 로트 전체를 폐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신고 사례의 상당수는 주사기 삽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무마개 파편(약 65%)이나 용기 코팅 성분인 이산화규소(약 8%)로, 코로나19 백신만의 특수한 결함으로 보기 어렵다"며 "접종 전 육안 확인 절차를 통해 이상 백신은 걸러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대규모 접종을 단기간에 시행하면서 행정·관리 체계의 사각지대가 있었을 수 있다"면서도 "이 같은 한계가 백신 자체의 효용성과 예방접종 정책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