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확대안을 확정 발표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모든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며 의학교육 붕괴를 경고했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협 집행부의 대응을 둘러싼 책임론과 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지난 2년간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화에 나섰지만 정부는 합리적 검토 없이 숫자에만 매몰된 결정을 내렸다"며 "일방적 강행에 따른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2027~2031년 5개년 의사 인력 양성 규모를 확정했다. 확정안에 따르면 기존 의대 정원 3,058명에서 ▲2027년 490명 ▲2028·2029년 각 613명 ▲2030·2031년 공공의대와 지역 신설 의대를 포함해 각 813명을 단계적으로 늘린다. 5년간 총 3342명이 추가로 배출되며 연평균 증원 규모는 668명이다.
의협은 무엇보다 교육 여건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2027학년도에는 2025년 휴학생과 군 복귀생이 동시에 돌아오면서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유입된다"며 "이는 2025학년도 대규모 증원에 준하는 충격으로, 현 교육 인프라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의학교육평가원이 제시해 온 증원 상한선 '10%'가 무시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의협은 "열악한 환경에서 배출될 의료 인력의 질 저하와 교육 붕괴의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를 향해서는 전국 의과대학에 대한 전수조사와 모집 인원 재산정을 요구했다. 의협은 "보정심 결정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2027년 정상 교육이 가능한 인원은 현재 발표된 수치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의학교육 협의체 구성과 의료 인력 추계 시스템 개편도 촉구했다. 김 회장은 "형식적인 자문단으로는 교육 혼란을 막을 수 없다"며 상설 의정협의체 구성을 요구했고, 추계위원회에 대해서도 "임상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위원 구성을 전면 개편하고 추계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대책의 즉각 이행도 요구했다. 의협은 ▲기피과 해소를 위한 적정보상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형사 책임 면책 법제화 ▲면허 박탈 기준 개정 ▲해외 의대 졸업생 인증 강화 ▲의대생·의사 대규모 현역 입대에 따른 인력 공백 대책 마련 등을 제시하며 "제도 개선 없이 정원만 늘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구체적인 집단행동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질의응답에서 "집단행동보다는 회원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우선"이라며 "이르면 내일이나 정례 브리핑이 예정된 목요일쯤 추가 대응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확정 이후 의료계 내부의 균열도 노출되고 있다. 보정심 결정 직후 김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며 정부 대응을 둘러싼 의협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전 정권의 의료 농단을 답습하는 정부의 폭압을 규탄한다"며 "안이한 대처로 파국적 결과를 초래한 의협 집행부는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수준의 의협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의료계에 더 낫다는 것이 회원들의 판단"이라며 "의협 조직은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