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확정한 데 대해 환자단체는 의사 수급추계의 본질보다 교육 여건을 앞세운 결과라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된 증원 규모는 과학적으로 도출된 의사 수급추계 결과가 아니라, 교육 부담 분산이라는 행정적 논리에 따라 축소 조정됐다"며 "이는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보정심은 이날 수급추계위원회가 제시한 12개 모형 가운데 미래 의료 환경 변화와 정책 변수를 반영한 ARIMA 모형을 채택했다. 이 모형에 따르면 2037년 기준 의사 인력 부족 규모는 4724명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 교육 여건과 국립대 역할 강화, 소규모 의대의 적정 인원 확보 등을 이유로 2027년 증원 규모를 490명으로 제한하고, 2028~2029년은 613명, 2030~2031년은 813명으로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누적 증원 규모는 5년간 3342명으로, 당초 부족 추계치의 약 75% 수준에 그쳤다.
연합회는 "과학적 수급추계 결과가 '의대 교육 여건'이라는 명분에 밀려 1182명이나 줄어든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오로지 미래 환자 수요와 객관적 수급 지표에 근거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 현장의 일시적 부담을 이유로 필요한 의사 수를 줄이는 것은 결국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고착화시키고 그 피해를 환자에게 떠넘기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이번 조정은 적기에 배출돼야 할 필수의료 인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미래의 환자들이 또다시 응급실 표류와 소아과 진료 대란을 감내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지방 의대 증원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강력한 사후 관리 장치도 주문했다. 연합회는 "지방 의대에서 양성된 인력이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왜곡을 끊기 위해 교육부가 밝힌 '지방 수련 미준수 시 정원 회수' 방침은 반드시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 의료 공백 해소라는 이번 증원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지방 수련 준수 요건을 엄격한 지표로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에는 배정 정원을 즉각 회수하는 단호한 행정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대 정원 확대가 단순한 숫자 늘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연합회는 "정원 확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실습 자원 확충과 교수 인력 보강 등 교육 환경 개선에 충분한 재정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의료계의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준비되지 않은 무리한 증원은 의료인 전문성 약화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위험과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다"며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은 증원은 국민 건강권과 환자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연합회는 의대 증원의 목적이 붕괴 직전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되살리는 데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응급실과 소아과, 지방 의료 현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국가적 조치"라며 "정부와 의료계 모두 더 이상의 소모적 갈등을 멈추고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정부는 흔들림 없는 정책 이행의 책무를 다해야 하며, 의료계 역시 반대에 머무르지 말고 양질의 의학교육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길에 진정성 있게 동참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