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환자단체들이 정부의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급여 등재 정책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초고가 신약 상당수가 가격에 걸맞은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적정성 평가와 협상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현재 최대 240일 걸리는 급여 등재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초고가 신약 치료효과 실태발표 및 신속등재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고가 신약의 치료 효과 실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공단이 협상한 신약 약품비는 연평균 13%씩 늘어 건보료 인상률의 8배에 달했다.

반면 학계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가속 승인한 항암제를 5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41%에서는 생존율이나 삶의 질 개선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사례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의 성과를 무진행 생존율 등 지표로 평가한 결과, 사용 환자의 59%가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킴리아주의 1회 투여 상한 금액은 3억6000만원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 약에 투입된 급여 재정 1296억원 가운데 약 766억원은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에 쓰였을 것으로 단체들은 추산했다.

유전성 망막위축 치료제 '럭스터나주(성분명 보레티진네파보벡)'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주(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도 운동기능 평가에서 효과가 확인된 비율이 50%에 그쳤다고 밝혔다. 두 약품의 상한 금액은 각각 3억3000만원, 9200만원이다.

최근 7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했으나 급여 등재되지 않은 희귀의약품은 77개(60개 성분)로, 이들 의약품의 1개당 평균 치료 비용은 약 2억9000만원에 달했다.

단체들은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 평가가 생략됐는데도 이를 보완할 종합적인 사후평가 체계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며 "효과가 입증된 약을 신속히 도입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정부안은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신약을 일괄 도입해 위험과 비용 부담을 환자에게 떠넘기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 신약 효과 평가 결과의 전면 공개 ▲ 구체적이고 엄격한 사후평가 체계 마련 ▲ 고가 신약 재정 조달 방안 마련 ▲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