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북부지사에서 '2026년 상반기 정책 브리핑'을 열고 올해 공단의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는 가운데,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과잉진료가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단은 적정진료를 내세운 관리 강화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재정 개선 효과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 이사장은 5일 '2026년 상반기 정책 브리핑'을 열고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의 핵심은 결국 지출 관리"라며 "인구가 늘지 않는 나라에서 질병도 크게 늘지 않는데, 행위가 늘어 지출이 커지고 있다. 그 행위가 정당하게 늘어난건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당기수지 흑자 규모는 2023년 4조1000억원에서 2년 만에 88% 급감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건강보험이 적자로 전환된 뒤, 2033년에는 누적 준비금마저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누적 준비금은 30조2217억원이다.

공단은 적정진료 정착을 위해 급여 분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24년 기존 '적정진료유도반'을 개편해 지난해 2월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을 출범시켰다.

핵심 도구는 통계다. 공단은 앞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병원·질환·의사별 처방 패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구축했다. 적정진료추진단은 이 대시보드로 상병별로 필요성이나 효용성이 낮은 행위 가운데 시행 비율이 과도한 의료기관을 선별한다.

이후 전문가 자문과 문헌 검토를 거쳐 과잉진료가 의심되는 의료기관에는 질의서 발송, 방문 조사, 이의 신청 절차, 개선 제안 등의 후속 조치를 한다.

지난해 12월까지 74건의 분석을 마쳤다. 이 가운데 46건은 후속 조치를 완료했고, 28건은 진행 중이다. 정 이사장은 "아직 모든 과정이 완전히 맞물려 돌아가는 단계는 아니다"며 "분석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 사례로는 유방암 검진 판정 유보율 관리가 꼽힌다. 공단은 판정 유보율이 12% 이상인 기관 1144곳(전체의 32%)을 선별해 방문·서면 조사를 실시했고, 이후 변화 추적 분석을 진행했다. 유보율이 높을수록 초음파 검사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국 3530개 유방암 검진 기관의 평균 판정 유보율은 10.9%이다.

정 이사장은 "그 결과 3억5200만원의 유방 초음파 검사비를 절감했다"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런 노력이 쌓이면 건보 재정 상황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어떤 병원이 적정진료를 하는지 알 수 있는 정보까지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다만 적정진료추진단 활동으로 건보 재정이 언제부터, 얼마나 완화될지는 아직 산출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수천억원 규모의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된다"며 "적정진료가 정착해 상당한 절감이 있어야만 한다"고 했다.

과잉진료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 장치도 아직 미비한 상태다. 정 이사장은 "과잉진료의 영역을 어떻게 정의할지가 과제"라며 "의사들이 따르는 임상진료지침(CPG)이 있지만 법적 기준은 아니다. 이를 과도하게 벗어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협력 등을 통해 제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안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