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한 담배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4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공단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판단, 담배 제조사의 제조물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 공적 보험자의 비용 부담 구조 등 주요 쟁점에서 항소심 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있다고 보고 최고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항소심은 1960~70년대 당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공단은 해당 시기의 과학적 정보 접근성, 담배회사의 정보 은폐·축소 관행, 국가 차원의 규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러한 전제가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상고심에서는 이 같은 전제 아래 이뤄진 책임 판단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단이 제기한 소송은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 등 흡연과 관련성이 높은 암종을 대상으로, 진료비 부담을 담배 제조사에 묻는 내용이다.
공단은 담배회사가 단순한 기호품 판매자가 아니라 유해 물질을 제조·판매한 주체로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상고심의 쟁점으로 제시했다.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다수 연구를 통해 입증돼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책임 판단의 핵심 사안으로 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설명 부족이 아니라, 위험성을 알고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공단은 이 사건의 사회적 파급력과 공공성을 고려해 전원합의체 회부와 공개변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기석 이사장은 "이번 상고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한 책임의 기준을 법적으로 정리해 달라는 취지"라며 "대법원이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