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갑수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같은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예후와 전략이 모두 달라졌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ADC) 항암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등장으로 4기 유방암 치료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암이 다른 장기로 번진 4기 유방암 환자의 경우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아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었다. 하지만 '암 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미사일'로 비유되는 ADC 신약이 나오면서 치료 길이 열렸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ADC 항암제 엔허투의 치료 범위가 확대돼, 기존 유방암 분류와 치료 전략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허투는 유방암 분야에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ADC 항암 신약이다. 일본 제약기업 다이이찌산쿄가 개발, 영국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와 제휴해 글로벌 상업화와 공동 판매를 하고 있다.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HER2(인간 표피 성장인자 2형) 저발현(IHC 1+ 또는 IHC 2+/ISH-)·초저발현(IHC 0)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엔허투 단일요법 사용을 승인 받았다. HER2는 암세포의 성장·분열을 촉진하는 단백질 수용체다.

적응증(치료 범위)이 기존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위암에 이어 내분비요법 치료를 받은 HER2 저발현과 초저발현 전이성 유방암까지 확대된 것이다.

유방암은 종양의 생물학적 특징에 따라 ▲호르몬수용체 양성 ▲HER2 양성 ▲삼중 양성 ▲삼중 음성으로 분류돼 왔다. 환자 비중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약 70%, HER2 양성은 20% 미만, 삼중 음성은 10~15% 수준이다. 이번 적응증 확대 허가로 기존에 내분비요법 후 항암화학요법을 경험한 환자뿐 아니라, 항암화학요법 없이 조기에 엔허투를 투여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신갑수 종양내과 교수는 "이제 4기 유방암도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며 "HER2 양성 4기 환자 중 엔허투를 1차로 맞은 상당수는 거의 완치와 가까운 상태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를 통해 엔허투 도입 이후 달라진 전이성 유방암 분류 체계와 조기 치료 전략을 알아봤다. 다음은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 국내 유방암 환자 연령대는.

"성인 전 연령대로 봐야 한다. 50대 중년 환자 발생률이 가장 높지만, 연령이 높은 층과 젊은 층 모두의 비율도 높다. 20대부터 100세까지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1년에 3만명 가까이 유방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그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식약처의 적응증 확대 승인으로 HER2 저발현·초저발현 환자를 대상으로도 엔허투를 쓸 수 있게 됐다. HER2 저발현·초저발현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나.

"유방암은 종양의 생물학적 특징에 따라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양성, 삼중음성으로 기본 분류된다. HER2 초·저발현은 암세포에 HER2가 희미하게 있는 상태를 말한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이 대부분이다. 이중 HER2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이 공격적이라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기존에 HER2 저·초저발현 유방암 환자의 치료법은.

"내분비요법이 효과적이지만 내성이 생기면 항암화학요법을 쓴다. 전이 상태에서 항암화학요법 사용 시 무진행생존기간은 약 6개월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엔허투는 해당 환자에도 치료 효과를 보인건가.

"그렇다. HER2 저발현·초저발현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기존 항암제 대비 뚜렷하게 우월한 효과를 보였다. 기존 항암제를 한 번 이상 투여받은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데스티니 브레스트(DESTINY-Breast) 04 임상 연구에서 엔허투 환자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약 10개월, 다른 항암제 투여 군은 약 5개월 정도였다. 항암제를 접하지 않은 환자(HER2 저발현 환자와 초저발현 환자 포함)를 대상으로 진행한 데스티니 브레스트 06 임상 연구에서는 무진행생존기간이 약 13개월로 확인돼 항암화학요법 약 8개월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엔허투의 적응증 확대 허가가 어떤 의미가 있나.

"엔허투 임상 도입으로 HER2 발현을 기준으로 유방암이 재정의됐다. 유방암에서 돌연변이 종류와 무관하게 일관적으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의미있게 평가해야한다. 엔허투는 HER2 양성에서 먼저 개발됐지만, 임상을 통해 HER2가 많지 않아도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대부분 유방암 환자가 엔허투로 항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치료 기준과 전략이 달라졌다는 의미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암 세포 분열을 공략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었지만, 엔허투는 표적을 효과적으로 공략했을 때 좋은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약효가 워낙 좋아서 약이 분류 체계를 새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다양한 ADC 치료제가 나오고 있지만, 엔허투 기준을 넘어서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ADC 항암제 엔허투의 작용 원리. '암세포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ADC는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와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페이로드), 이 둘을 연결하는 링커가 핵심으로, 항체가 암세포 표면 항원에 결합하면 약물이 세포 내부로 전달돼 정밀하게 암을 사멸시킨다./다이이찌산쿄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전략이 바뀌었나.

"그렇다. 데스티니 브레스트 04·06 임상을 기반으로 전 세계 임상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1월부터 적응증 확대 후 더 많은 환자에게 엔허투 투여가 가능해졌다."

–조기 투약 효과 사례도 궁금하다.

"엔허투는 효과적이지만 독성이 있다. 대표적 이상반응은 간질성 폐질환(ILD)으로 10명 중 1명에서 나타난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처치로 대부분 재투여가 가능하다. 구역·구토도 조절 가능하다. 이상반응은 극복 가능하며, 효과와 장점이 우월하다."

–HER2 초저발현 여부 검사 방식은.

HER2 발현 여부는 고형암 조직에서 본다. HER2 양성, HER2 저발현, HER2 초저발현, HER2 음성(Null) 모두 조직 검사 기준이다. 전이 시 조직 검사를 진행해 HER2 초저발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조직 접근이 어려운 경우 과거 수술 검체로 판단할 수 있다.

–액체 생검으로도 확인 가능한가.

"현재는 보조적 방법이다. 고형 암 조직에서 확인하는 것이 기준이며, 액체 생검은 한계가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 차이는.

"HER2 양성과 저발현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미국병리학회(CAP) 가이드라인에 따라 검사한다. HER2 초저발현은 아직 완전히 체계화되지 않았으나, FDA는 DESTINY-Breast 06을 근거로 허가했고 ASCO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임상에도 적용된다."

–국내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할 과제가 있다면.

"엔허투는 국내 허가가 빠른 편이지만, 뛰어난 약제라면 더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임상의뿐 아니라 제도적, 행정적 소통이 중요하다."

–유방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4기 암은 10~20년 전만 해도 '완치하지 못하는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완치 못한다'라는 표현에서 '완치하기 어렵다'는 말로 바뀌고 있다. 4기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완치와 같은 경과를 보이는 환자 비율도 꽤 높다. 완치라는 표현을 쉽게 쓸 수 없지만, 엔허투 1차 투여 후 거의 완치와 가까운 상태로 삶을 유지할 수도 있다. 진단과 치료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희망을 잃지 말고 치료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