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나 백신은 투여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면역항암제는 오전에, 백신은 오후에 효과가 컸다./iStock

항암 주사는 오전에 맞고 신형 백신은 오후 늦게 접종해야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암이나 면역 반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세포들이 24시간 생체 리듬에 맞춰 이동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알려진 현상이 임상시험을 통해 인과관계가 잇따라 밝혀졌다. 연구가 발전하면 약물 투여 시간만 간단하게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중난대 의대의 장용창(Yongchang Zhang) 교수 연구진은 "임상 3상 시험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오후 3시 이전에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으면 그보다 늦은 시간에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질병 진행이 더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과 홍콩, 프랑스 연구자들이 같이 진행했다.

◇암 환자 생존 기간 70% 가까이 늘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작은 소세포암과 큰 비소세포암으로 나뉘는데,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연구진은 진행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210명을 무작위로 나눠 한쪽은 오후 3시 이전에, 다른 쪽은 그 뒤에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또는 티비트(신틸리맙)를 3주마다 4회 투여했다. 두 약 모두 PD1 계열 면역관문 억제제이다.

면역관문은 T세포가 정상세포까지 공격하지 않도록 표시하는 방식이다. T세포는 표면의 PD-1 단백질이 정상세포의 PD-L1과 결합하면 그대로 지나간다. 문제는 암세포까지 PD-L1을 만들어 정상세포로 위장한다는 데 있다. 이번에 투여한 항암제는 항체 단백질이 T세포의 PD-1과 먼저 결합해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오인하지 못하게 한다.

연구진은 첫 치료 후 29개월간 환자들을 추적 관찰했다.임상시험 결과 오후 3시 이전에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평균 28개월 생존했지만, 오후 늦게 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17개월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프랑스 파리-사클레이대의 프랜시스 레비(Francis Lévi) 교수는 "생존 기간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놀라운 결과"라고 밝혔다.

병세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무진행 생존기간도 조기 투여군이 11.3개월, 지연 투여군이 5.7개월이었다. 병세가 악화되는 위험이 60% 감소한 것이다. 일찍 항암제 주사를 받은 환자들은 혈액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세포독성 T세포가 늘었고 활성도도 높았다.

그동안 항암제인 면역관문 억제제를 이른 시간에 접종하면 암 환자의 사망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수십 건 나왔다. 하지만 모두 치료 결과를 사후 분석한 결과였다.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항암제 투여 시간을 달리하며 실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 억제제는 오후 3시 이전에 투여해야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세포(파란색)들이 오전에 종양 조직에 더 많이 모여있기 때문이다./자료 네이처 메디슨, 나노바나나 생성

◇아침형 면역세포에 맞춘 치료 전략

연구진은 항암제 조기 투여군에서 치료 효과가 더 컸던 것은 표적으로 삼은 T세포가 아침에 종양 주변에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세포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순환계로 이동한다. 이른 시간에 항암제를 투여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더 많이 공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아군이 적군을 포위했을 때 집중 공격하라는 신호를 내리는 셈이다.

이번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상당수가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항암제 조기 투여의 장기적인 이점을 평가하려면 계속 추적 관찰해야 한다. 혈액에서 T세포의 증가를 확인했지만 아직 종양 조직의 변화까지는 분석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레비 교수는 "앞으로 항암제 투여 시간대를 대략 몇 시간 정도로 하기보다 오전 11시처럼 구체적인 시간에 하는 것이 더 나은지 더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람마다 생체 리듬이 조금씩 다르므로 항암제를 투여한 최적 시간도 개인차를 보일 수 있다. 레비 교수는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은 면역 체계도 하루 동안 뚜렷하게 달리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다른 암 치료에도 적용되는지도 과제이다. 영국 워릭대 의대의 파스콸레 이노미나토(Pasquale Innominato) 교수는 "피부암이나 방광암처럼 면역관문 억제제가 효과가 있는 암들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전립선암이나 췌장암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은 오후에 젊은 층에 더 효과

백신도 생체 리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엘리자베스 클러먼(Elizabeth Klerman) 교수와 영국 옥스퍼드대 제인 매키팅(Jane McKeating) 교수 연구진은 2021년 '생체리듬 저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아침보다 오후에 접종할 때 항체 수준이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기에 의료인 219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 수준을 평가했다. 시험 결과 일반적으로 오후에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에서 항체 반응이 더 높게 나왔다. 연구진은 면역세포가 오후에 백신에 대한 학습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나 세균을 인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원리다. 마치 소수의 적군을 미리 경험하고 준비 태세를 갖췄다가 나중에 적군이 대규모로 공격해도 바로 대응하는 식이다. 면역 체계는 외부 활동이 많은 낮에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침입자에 대비하도록 설계됐다.

바이러스나 세균의 단백질(항원)을 인식하는 정찰병과 같은 수지상 세포는 오후 시간대에 면역세포 집결지인 림프절로 이동한다. 침입자를 공격하는 T세포와 B세포 밀도도 오후에 림프절에서 정점에 이른다. 따라서 이때 백신이 들어오면 인체가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가장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 백신도 미국 화이자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으로 나눠 시험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물질인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직접 인체에 전달하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스파이크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다른 바이러스를 통해 인체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시험 결과 mRNA 백신 접종자와 여성, 젊은 층에서 항체 반응이 더 높았다. 이는 앞서 노년층 대상 임상시험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아침에 더 효과가 있었던 것과 상반되는 결과이다. 연구진은 "코로나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은 작용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백신은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하므로 면역 학습 효과가 높은 오후에 접종하는 게 낫지만, 노년층이 오랫동안 경험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면역세포의 정찰 시간인 아침에 백신을 투여하는 게 낫다는 말이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1),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4181-w

Journal of Biological Rhythms(2021), DOI: https://doi.org/10.1177/07487304211059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