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은 환자의 감염된 폐를 제거하고 인공 폐 시스템에 연결해 이식 수술 전까지 48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했다./미 노스웨스턴대 의대

미국에서 33세 남성이 손상된 폐를 제거하고도 이틀 동안 생명을 유지했다. 이식 수술 전까지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인공 폐 시스템을 연결한 덕분이다. 이전에도 응급 상황에서 기계장치가 폐를 대신했지만, 폐가 아예 없는 상태에서 작동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용화되면 손상된 폐가 다른 장기까지 영향을 주지 않도록 미리 제거하고 이식할 건강한 폐가 올 때까지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 의대의 안킷 바라트(Ankit Bharat) 교수 연구진은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을 앓고 있는 33세 남성 환자의 폐를 제거하고 이식 수술을 받기까지 48시간 동안 인공 폐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메드(Med)'에 발표했다.

◇패혈증 쇼크 빠진 환자, 인공 폐로 생명 유지

수술 당시 환자는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다. 폐가 제대로 산소를 흡수하지 못해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이 발병했다. 인공호흡기를 착용했으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균에도 감염됐다. 환자는 폐에 고름이 차면서 패혈증(敗血症)까지 걸렸다.

패혈증은 혈액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장기까지 손상되는 질병으로,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환자는 폐에 이어 심장과 신장까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 남은 희망은 손상된 폐를 완전히 제거하고 건강한 폐를 이식하는 것이었다.

인공 폐 시스템.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으로 손상된 폐를 제거하고(왼쪽), 기계 장치로 심장 혈류를 유지했다(가운데). 제거한 폐를 분석했더니 스스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나타났다(오른쪽 아래)./미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진은 "폐를 적출하고 자체 개발한 외부 인공 폐 시스템으로 대체했다"며 "이번 장치는 심장에 직접 연결돼 혈류를 유지하고 심장마비를 막는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인공 폐"라고 설명했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엉긴다. 이렇게 혈전이 생기면 혈관을 막아 심장마비를 유발한다.

지금도 폐 기능을 기계 장치로 대신하는 체외막산소공급(ECMO) 기술이 있다. 환자의 정맥에서 혈액을 빼내 외부 장치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는 제거하는 장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폐가 몸에 있는 상태에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시스템과 차이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환자는 감염된 폐를 제거하고 인공 폐를 연결하면서 상태가 호전됐다. 혈압이 안정되고 다른 장기 기능도 회복됐다. 감염도 가라앉았다. 의료진은 이틀 후 폐를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환자가 수술을 받은 지 3년이 다 된 지금도 폐 기능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33세 환자가 이식받은 폐(왼쪽)와 손상돼 적출한 기존 폐(오른쪽)의 X선 영상 사진./미 노스웨스턴대 의대

◇이식 수술까지 건강 회복할 시간 벌어

새로 개발된 인공 폐는 폐 이식 수술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 바라트 교수는 "기존에는 간질성 폐질환이나 낭포성 섬유증 같은 만성 질환 환자에게만 폐 이식 수술을 했다"며 "이번에 중증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환자도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의료계는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환자라도 기계 장치로 기능을 보조하면 폐 기능이 회복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적출한 폐를 분석했더니 세균 감염으로 염증이 심하고 조직이 크게 손상돼 회복 불가능한 단계로 나타났다. 바라트 교수는 "더는 스스로 회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호흡곤란 증후군 환자 중 일부는 생존을 위해 양쪽 폐를 모두 이식해야 한다는 분자적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호주 웨스트미드 병원의 이식 전문의인 나타샤 로저스(Natasha Rogers) 박사는 네이처에 "폐가 없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심장 기능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놀라운 결과"라며 "앞으로 중증 환자가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해질 때까지 인공 폐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저스 박사는 이론적으로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으로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면서 손상된 폐를 몸 밖으로 꺼내 치료한 뒤 다시 이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참고 자료

Med(2026), DOI: https://doi.org/10.1016/j.medj.2025.100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