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현금흐름 기준으로 4996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5년 연속 흑자이며 누적 준비금은 30조 2217억원으로 늘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재정처럼 보이지만,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기수지 흑자 규모는 2024년 1조7244억 원에서 1년 만에4996억원으로 줄어 2년 사이 약 88% 급감했다. 수입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늘면서 '흑자 착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025년 건강보험 재정 현황./국민건강보험공단

지난해 총수입은 102조8585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7715억원(3.8%) 증가했다. 다만 증가율은 2022년 10.3%에서 2023년 6.9%, 2024년 4.4%, 2025년 3.8%로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다.

보험료 수입은 87조2776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3256억원(4.0%) 늘었다. 직장가입자 수 증가 둔화와 2년 연속 보험료율 동결의 영향으로 직장보험료 증가율은 3.5%에 그쳤다. 2022년 12.0%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반면 지역보험료는 2024년까지 부과체계 개편과 재산·자동차 보험료 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감소했다가 2025년 7.7% 증가하며 반등했다. 이에 따라 전체 보험료 증가율이 소폭 높아졌다.

정부지원금은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을 합쳐 12조5000억원이 교부돼 전년보다 3255억원 늘었다. 여기에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자금운용 성과가 더해져 목표수익률 3.11%를 웃도는 3.27%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7088억원의 현금 수익을 거뒀다. 만기 미도래 자산을 포함한 평가이익은 1조1376억원으로, 3년 연속 연간 1조원 이상의 운용수익을 냈다.

문제는 지출 증가 속도다. 2025년 총지출은 102조3589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9963억원(5.1%) 늘었다. 수입 증가율을 웃돈다.

특히 보험급여비는 수가 인상(1.96%), 비상진료 지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본격화 등의 영향으로 1년 만에 7조8965억원 늘어 101조6650억원에 달했다. 증가율은 8.4%로 최근 몇 년 중 가장 높다.

2024년 전공의 이탈 사태로 경영난을 겪은 수련병원에 선지급했던 1조4844억원이 2025년에 전액 상환되면서 지출 증가 폭이 일부 상쇄됐지만, 구조적인 의료비 상승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단도 재정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저성장 고착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보험료 수입 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2025년 69.5%에서 2030년 66.6%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필수의료 확충과 의료개혁,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재정 투입이 예정돼 있다.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상병수당 제도화 같은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재정 소요가 불가피하다.

공단은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을 중심으로 급여 분석과 지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단속을 위해 특별사법경찰권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연간 외래 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90%까지 높이는 등 과다 이용 관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올해는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국정과제를 본격 추진해야 하는 만큼 꼼꼼한 지출관리와 건전한 의료이용 문화 확산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