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 당뇨 환자가 체중과 당뇨 수치를 줄이는 데 수술이 약물보다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술은 고가(高價)의 약물을 계속 쓸 수 없고 식이요법이나 규칙적 운동을 하기 힘든 저소득 환자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수술이 비만·당뇨 치료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 의대 조슬린 당뇨센터의 메리 엘리자베스 패티(Mary Elizabeth Patti) 교수 연구진은 "10년 이상 미국 4개 도시에서 진행된 장기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을 줄이고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약물이나 생활 습관 개선보다 비만 수술이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내과학 연보'에 발표했다.

위 크기를 줄이는 비만 수술이 체중을 줄이고 혈당수치를 감소하는 데 약물보다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Pixabay

◇수술이 약물보다 체중 감량률 10% 이상

2형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 1형과 달리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인체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발생한다. 주로 성인이 걸리며 환자는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보스턴과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시애틀에서 2형 당뇨병 환자 355명을 무작위로 나눠 2007~2013년에 약물 투여나 생활 습관 개선 같은 비수술 치료를 하거나 위 크기를 줄이는 세 가지 방식의 비만 수술 중 하나를 받도록 했다.

약물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주사제였다. 비만 수술은 위 크기를 줄여 영양분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체중을 줄이는 방법이다. 위 일부를 밴드로 묶거나 일부를 잘라내는 방법도 있지만, 특히 위 위쪽을 잘라 주머니를 만들고 이곳을 소장 아래로 연결하는 '루와이 위 우회 수술'이 체중 감소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중 258명을 대상으로 치료나 수술 후 12년까지 체중과 함께 혈당 수치를 보여주는 당화혈색소(HbA1c)를 추적 조사했다. 소득 수준은 거주지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ADI(Area Deprivation Index, 지역 박탈 지수) 점수로 비교했다. ADI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조사 결과 ADI 점수와 상관없이 수술이 약물 치료보다 당화혈색소 수치의 감소 효과가 높았다. 생활 환경이 아주 어려운 고 ADI 환자군은 수술로 인한 수치 감소가 약물보다 1.29% 높았으며, 저 ADI군은 0.95% 높았다. 체중 감량 비율 역시 수술은 고 ADI군에서 약물보다 10.6% 더 높았고, 저 ADI군도 13.3% 높았다.

이는 앞서 2024년 같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262명을 추적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당시 조사는 환자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았다. 당시 수술의 체중 감량률이 28%로 약물 치료의 10%보다 높게 나왔다. 혈당 수치 감소도 비슷했다. 비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8.2%에서 0.2%만큼 감소했지만, 비만 수술 그룹에서는 8.7%에서 1.6%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이면 당뇨병 환자로 판정한다는 점에서 수술이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보인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비만약 효과 커도 대안 치료법도 있어야

연구진은 비만 수술이 단순히 위를 줄여 비만과 당뇨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예상과 달리 GLP-1 계열 치료제와 비슷한 효과도 낸다. GLP-1은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을 억제한다. 이를 모방한 약물은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을 줄인다. 연구진은 비만 수술 역시 식욕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위 소매 절제술을 받으면 초기에 식욕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감소해 5년까지 계속 낮은 농도를 유지한다고 알려졌다. 또 비만 수술은 장이 영양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꿔 GLP-1 호르몬 분비도 증가시킨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하지만 비만 수술은 소화기관을 영구적으로 변형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받는 사람이 많지 않다. 더욱이 비만약이 인기를 끌면서 약값이나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저소득층만 수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 장기 추적 결과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수술이 약물보다 비만·당뇨 치료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GLP-1 계열 비만약이 효과가 커도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전략을 세우려면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멜라니 제이(Melanie Jay) 미국 뉴욕대 의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만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고 완치법이 아직 없다"며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 방식이 제공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고도 비만인 당뇨 환자라면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패티 교수는 "비만 수술이 사회적 배경 전반에 걸쳐 비수술 치료보다 체중 감량과 혈당 수치 감소가 나았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낮다"며 "특히 100파운드(약 45㎏) 감량을 희망한다면 약물보다 수술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Annals of Internal Medicine(2026), DOI: https://doi.org/10.7326/ANNALS-24-01882

JAMA(2024), DOI: https://doi.org/10.1001/jama.202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