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년간 이어온 흑자 기조에서 벗어나 올해 적자 전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30조원에 이르는 적립금이 남아 있어 당장 재정 위기에 몰리지는 않지만, 공단은 이 시간을 '버티는 기간'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시기로 보고 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2일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한 5년 만에 흑자 기조가 끝나고 올해는 적자가 거의 확실시된다"며 "적립금이 있어 몇 년은 괜찮겠지만, 그 사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보험료 인상에 앞서 지출 관리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료를 걷어 쓰는 구조에서 보험료 인상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며 "유일 보험자로서 재정을 관리할 책무가 있는 만큼, 지출을 보다 정교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단은 보험진료추진단 '나이스캠프(NHIS-CAMP)'를 중심으로 진료량 관리에 나선다. 정 이사장은 "심사평가 단계에서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사후적으로 진료 '양'을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예컨대 매일 혈액검사를 하는 경우와 이틀에 한 번 하는 경우를 현 시스템에서는 제대로 가려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단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병원·질환·의사별 처방 패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이미 구축했다. 정 이사장은 "정규분포로 분석하면 완전히 떨어져 있는 '섬'처럼 보이는 지점들이 있다"며 "명백히 과도한 영역에 대해서는 일정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의사의 고유한 진료 영역과 어디까지를 관리 대상으로 볼 것인지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가 구조 개편을 위한 기초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공단은 원가 분석팀을 통해 주요 행위와 시술에 대한 원가 분석을 상당 부분 마친 상태다. 정 이사장은 "대형병원뿐 아니라 개원가까지 참여해 ABC 원가 분석을 기반으로 자료를 구축했다"며 "임상검사나 일반 검체 검사처럼 수익성이 높은 영역도 이미 데이터는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료들이 정책 결정에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필수과 의사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올해 내과 지원자는 정원만 겨우 채웠고, 지방은 거의 지원이 없었다"며 "이 상태가 누적되면 필수의료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는 5월 예정된 수가 계약과 관련해서는 환산지수를 활용한 필수의료 지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환산지수를 2% 올리면서 일부를 진찰료 등 필수 영역에 배분했다"며 "큰 변화는 없더라도 환자를 성실히 보는 과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