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8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2026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장관이 4년 만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의료계 신년하례회'를 찾았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추계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유화적 행보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행사장은 협력보다는 경고와 쓴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8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서 정부의 의사 수급 추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의사 인력은 2년에 걸쳐 추계하고, 그 결과를 6년에 걸쳐 발표하는 국가도 있다"며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의료 분야는 불확실성이 큰 영역인 만큼, 추계위 논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의료계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며 "현재 추계 모델대로라면 2040년 건강보험 재정은 약 240조원, 2060년에는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학교육 여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김 회장은 "24·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 상황이지만, 정부가 약속한 교육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의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만큼 '의학교육 협의체'를 통해 교육 체계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한층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2026년도 전공의 모집 과정에서 지방 대학병원들이 대규모 미달 사태를 겪은 점을 언급하며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전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를 사례로 들며 "21개 병원이 57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13명에 불과했다"며 "당장 과 자체가 사라질 위기인데, 10년·15년 뒤를 내다보며 의사 수급을 논하는 정부 정책이 현장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화가 없다면 대의원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의협 집행부를 향해서도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언급하며 협력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지난 한 해 정부와 의료계는 깊은 갈등의 시간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남은 상처도 가볍지 않다"며 "같은 배를 탄 만큼 함께 강을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의료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지금이 의료 개혁을 시작할 마지막 시기일 수 있다는 절박함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최선의 방향을 알더라도 당장 실행 가능한 차선책으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장관이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것은 2022년 권덕철 장관 이후 4년 만이다. 그동안 복지부는 장관 대신 제2차관을 보내거나 행사에 불참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