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31일 "2025년 6월 간호법 시행은 수십 년간 이어진 간호계의 요구와 현장을 지켜온 간호사들의 끈질긴 노력, 그리고 국민과 함께 만들어낸 공동의 성과"라면서도 "그러나 간호법은 완성이 아니라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간호법 시행은 우리 사회가 간호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시대적 선언"이라며 "이제 그 선언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현실을 언급하며 "만성질환 관리와 돌봄, 지역사회 건강관리의 중심에는 간호가 있다"며 "간호법은 선택이 아닌 시대의 요구이자,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돼야 할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성과는 현장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하위법령이나 불완전하고 일방적인 제도 설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진료지원 업무와 관련해서도 "이미 법에 명시된 간호사의 공식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간호사의 전문성을 축소·왜곡하며 의료체계 붕괴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 불안을 조장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 기준의 법제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신 회장은 "적정 환자 수를 법으로 명시하지 않는 한 환자 안전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과중한 업무와 구조적 인력 부족 속에서 헌신만을 요구하는 의료체계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력 기준의 법제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의 지난 한 해 활동과 관련해서는 "침묵하지 않았다"며 "긴급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대규모 집회는 투쟁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경고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대화의 장이 열릴 때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동시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왔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치매전문교육, 통합돌봄 및 재택간호 모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신규 간호사 고용 구조 개선 등을 거론하며 "모두 간호사가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체계를 향한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로 대한간호협회가 국제사회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2026년 협회의 핵심 과제로 ▲진료지원 업무 교육·자격 관리 체계의 협회 총괄 구조 확립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 법제화 ▲전담간호사 제도의 완전한 법적 정착과 신규 간호사 고용 확대 ▲통합돌봄 체계 내 간호 중심 거버넌스 구축 등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전국 간호사들의 전문성과 연대가 간호법을 만들었다"며 "이제 그 법을 현장에서 완성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의 권한과 책임, 그리고 국민의 생명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은 간호법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신뢰로 자리 잡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전국의 간호사, 그리고 국민과 함께 더 안전한 의료체계와 지속 가능한 돌봄의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