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세포인 T세포(녹색, 붉은색)가 암세포(가운데 파란색)를 둘러싸고 공격하는 모습./미 NIH

나이가 들면 외부 침입자를 감지하고 공격하는 면역 세포도 줄어든다. 국경을 지키는 군대가 감소하니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백신을 만든 리보핵산(mRNA) 기술로 노화로 떨어진 면역 기능을 회춘(回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실험에서 입증된 면역 회춘이 사람에 적용되면 노화로 인한 질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펑 장(Feng Zhang) 교수 연구진은 "흉선(胸腺)에서 T세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신호 단백질을 간에서 생성하면 노화로 인한 T세포 감소 현상을 역전시키고 백신 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고 1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T세포 생산 신호, mRNA로 전달

흉선은 심장 앞에 있는 나비 모양의 면역 기관으로, 백혈구의 하나인 T세포를 생산한다. 사춘기에 가장 커졌다가 성인이 되면 점차 줄어든다. 75세가 되면 흉선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다. T세포는 외부 침입자를 둘러싸고 다른 면역 세포를 부르거나 직접 제거하는 면역 세포이다. 나이가 들면 병원체에 잘 감염되고 백신 효과도 떨어지는 것도 이처럼 흉선이 퇴화하면서 T세포 생산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펑 장 교수 연구진은 흉선에서 T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단백질 세 가지를 찾아냈다. FLT3L(Fms 유사 티로신 키나제 3 리간드), IL-7(인터루킨-7), DLL1(델타 유사 리간드)이다. 연구진은 사람으로 치면 50세인 생후 18개월 생쥐에서 세 가지 T세포 성장 인자를 흉선 대신 간에서 만들도록 했다. 그러자 암세포를 공격하는 능력도 복원되고 백신 효과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 체계가 다시 젊어졌다는 말이다.

면역 회춘의 원리는 코로나 백신에 사용된 mRNA 전달 기술이다. mRNA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자 정보를 복사해 세포핵 밖에서 단백질을 합성한다. DNA가 생명체라는 건물의 전체 설계도라면 mRNA는 그때그때 계단이나 벽을 만드는 세부 설계도에 해당한다.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인 mRNA를 담고 있다. 몸 안에 들어가면 바이러스의 돌기를 만들어 항체를 유도하는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T세포 생산에 필수적인 성장 인자를 합성하는 mRNA를 지질 나노 입자에 실어 생쥐의 간에 주입했다. mRNA는 수명이 짧아 4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주사했다. mRNA 주사를 맞은 생쥐는 외부 침입자를 공격하는 세포 독성 T세포가 다른 생쥐보다 두 배로 증가했다. 면역력이 회복된 것이다.

mRNA로 면역 체계를 회춘하는 방법. 나이가 들면 흉선이 줄어들고 세포 성장 인자들도 감소한다. 이로 인해 T세포도 감소해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흉선 대신 간에 세포 성장 인자를 만들 mRNA를 주입하면 T세포 생산이 늘어난다./네이처

◇흉선 대신 간을 임시 공장으로 선택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떨어진 면역 체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혈액에 T세포 성장 인자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원시 세포인 줄기세포를 이식해 흉선 조직을 재생하는 방법도 시도했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MIT·하버드대 브로드 연구소는 흉선 대신 간을 T세포 성장 인자를 만드는 임시 공장으로 택했다. 간은 나이가 들어도 단백질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다른 장기보다 mRNA를 전달하기 쉽다. T세포가 포함된 혈액이 반드시 간을 통과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mRNA 주사는 암 치료에 많이 쓰는 면역 관문(체크포인트) 억제제의 효과도 높였다. 면역 관문은 면역 세포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표시하는 단백질이다. 암세포는 면역 관문으로 자신을 위장한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 관문과 결합하지 못하게 해 다시 면역 세포의 공격을 받도록 한다, 실험 결과 mRNA 주사를 맞은 생쥐는 면역 관문 억제제만 투여한 쥐보다 생존율이 훨씬 높아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노화를 역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펑 장 교수는 "면역 체계처럼 필수적인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도 질병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의 마리아 미텔브룬(Maria Mittelbrunn) 박사는 이날 네이처에 "T세포는 노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변화하는 세포 유형 중 하나로, 나이가 들면 백신이나 항암제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T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것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펑 장 교수는 생명과학계의 스타 과학자이다. 그는 2013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크리스퍼 캐스9유전자 가위가 사람이나 동식물처럼 복잡한 진핵세포에서 실제로 작동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부위만 잘라 교정하는 RNA·효소 복합체이다.

MIT 연구진은 이번에 면역력을 강화하려면 세 가지 성장 인자가 모두 필요하며, 어느 하나만으로는 원하는 회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에서도 같은 면역 회춘 효과를 얻으려면 더 큰 실험동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면역 체계 기능을 회복할 다른 신호 단백질도 찾겠다고 밝혔다. 또 mRNA 치료가 항체를 만드는 B세포와 같은 다른 면역 세포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8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