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전날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정은경 장관이 한의약 난임치료과 관련해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공개 사과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한의협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개인적 의견을 피력한 정 장관의 망언을 규탄한다"며 "한의치료로 난임을 극복하고 있는 난임 부부들과 한의계에 진솔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 장관은 전날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의학 난임 치료에 대한 국가 지원 여부를 묻자 "한의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며 "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중앙정부 차원의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은 전무한 반면, 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관련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의협은 복지부가 스스로 발표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근거로 들며 발언의 모순을 지적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여성 난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약 치료의 근거 수준은 B등급(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보조생식술을 받은 여성에 대해서도 침 치료는 A등급, 전침·뜸·한약 치료는 모두 B등급을 받았다.
한의협은 "복지부가 이 같은 지침을 발표했다는 것은 한의약 난임치료가 일정 수준 이상의 근거를 갖춘 치료법임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라며 "이를 부정하는 발언은 스스로 정책 근거를 뒤집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은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와 7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조례를 근거로 시행되고 있다. 한의협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2017년 5억원 규모로 시작된 한의 난임치료 지원사업이 난임 부부들의 호응 속에 확대돼 현재는 9억7200만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한의협은 "그럼에도 중앙정부의 난임 지원 정책은 체외수정과 인공수정 등 서양의학 중심 시술에 편중돼 있다"며 "다양한 치료 선택지를 제도권 안으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지원으로 체외수정을 받은 난임 여성의 88.4%, 인공수정을 받은 여성의 86.6%가 한의약 난임치료를 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복지부 연구에서는 난임 부부의 90.3%가 '정부가 지원하는 한의약 난임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의협은 현행 모자보건법에도 '한방의료를 통한 난임치료 비용 지원을 포함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의협은 "정부가 효과성을 인정하고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 중인 사업을 중앙정부가 배제하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의협은 ▲중앙정부 주도의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제도화 ▲국공립 의료기관 시범사업 추진 및 건강보험 적용 검토 ▲지자체별로 상이한 난임 지원 정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강화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