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지금의 의료 시스템은 문제의 원인을 방치한 채 땜질식 처방에 머물러 있다"며 의료보험과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감기 등 경증 진료에 과도하게 투입되는 재정을 줄이는 대신, 중증·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은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흉부외과·신경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 기피 현상을 언급하며 "의사가 사라지는 이유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 낮은 수가, 과도한 의료사고 책임, 24시간 대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를 늘려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가 경증 진료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안 가도 될 정도의 경증 질환에는 본인 부담이 지나치게 낮은 반면, 생명을 다루는 중증 수술과 분만 의료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보상 체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붕괴는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의료 개혁은 인기 없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중증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사회보다, 감기 진료 부담을 조금 더 나누는 사회가 낫다는 점을 국민과 솔직하게 논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는 논리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과보상되고 있는 일부 검사·영상 수가는 조정하고, 필수·중증 의료 수가는 인상하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수가 조정을 내년 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 책임 구조도 문제 삼았다. 그는 "수술 한 번 잘못되면 개인이 수십억 원을 평생 떠안는 구조에서 누가 고위험 수술을 맡겠느냐"며 "교통사고처럼 보험과 국가 책임을 결합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필수 진료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책임보험 지원을 확대하고,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현재 보험 한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과감한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국립대병원을 거점 책임병원으로 육성하고,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진료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상도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중증외상센터와 닥터헬기 운영과 관련해 "지나치게 분산돼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며 "광역 단위로 집중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광역 단위 거점 외상센터를 단계적으로 육성하고, 헬기 이송 체계도 이에 맞춰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탈모·비만 치료제 등 젊은 세대의 관심이 큰 이슈도 언급하며 "보험의 원리와 재정 지속 가능성을 지키되, 세대 간 박탈감이 커지지 않도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한 급여가 어렵다면 횟수나 총액 제한 같은 현실적인 대안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