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명치료 중단 결정과 관련해 "생명윤리 논쟁과는 별도로, 현실적인 의료 재정 문제 역시 정책 차원에서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적 검토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오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경우 의료비 지출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 절감 효과를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으로 환원하거나 인센티브로 설계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연명치료 중단은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된다. 임종기 환자가 사전에 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고, 의사 두 명의 판단이 일치할 경우에만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다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치료 중단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밀한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며 "정확한 분석이 선행돼야 정책적 논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리적 논란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명치료 중단의 본래 목적은 존엄한 임종을 보장하는 데 있다"며 "재정적 인센티브를 결합할 경우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생명윤리 문제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있는지 해외 사례를 포함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윤리적·법적 쟁점을 함께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명의료를 둘러싼 사회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시행한 환자 수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6.4%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명치료 기간도 평균 19일에서 21일로 늘었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환자가 사전에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게 됐지만, 실제 연명의료 시행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복지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힌 65세 이상 고령층은 84.1%에 달했다. 그러나 한은 조사 결과 실제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쳤다.

원치 않는 연명치료가 이뤄지는 배경에는 가족들의 부담과 갈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조사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유가족의 약 20%는 가족 간 갈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연명의료 환자 1인당 평균 생애말기(임종 전 1년) 의료비는 2013년 547만 원에서 2023년 1088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7.2%로,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2693만 원)의 약 4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간병 부담 역시 가족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한은이 연명의료로 사망한 암 환자 가족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병인을 고용한 비율은 49%였고 월평균 비용은 224만 원에 달했다. 본인이나 다른 가족이 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뒀다고 답한 비율도 46%에 이르렀으며, 이 경우 월소득은 평균 327만 원 감소했다. 간병인을 고용한 가정의 93%는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일을 그만둔 가정의 87%는 "소득 감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