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단계적 확대./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른바 '살 빠지는 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 3종을 의사가 처방 전에 환자의 의료용 마약류 투약 이력을 확인해야 하는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펜타닐,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러 의료기관을 돌며 중복·과다 처방을 받는 '의료쇼핑'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관리 강도를 한층 높인 조치다.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16일부터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제도'의 권고 대상 성분을 식욕억제제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의사가 환자의 과거 1년간 의료용 마약류 투약내역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료쇼핑방지정보망)을 통해 확인한 뒤 적정 처방을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며 반복 처방을 받는 행태를 사전에 막는 게 목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마약성 식욕억제제의 사용 기준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 제곱으로 나눈 값)가 30 이상이거나, 고혈압·당뇨 등 위험 인자를 동반한 BMI 27 이상인 경우에 한해 '단기간 체중 감량 보조요법'으로 제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단순 미용 목적의 중복·과다 처방 사례가 늘며 오남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확대 조치의 대상은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등 식욕억제제 3개 성분이다. 이에 따라 의사는 의료쇼핑방지정보망과 연계된 처방 소프트웨어를 통해 식욕억제제를 처방할 경우, 자동 알림창으로 환자의 최근 1년간 마약류 투약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기술 지원으로 이미 다수 병·의원이 이 기능을 도입한 상태다.

식약처는 앞서 지난해 6월 펜타닐 정제·패치제에 대해 투약내역 확인을 의무화했고, 올해 6월에는 처방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를 권고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펜타닐 처방량은 의무화 이후 1년간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했고, 메틸페니데이트의 경우에도 투약내역을 조회하는 의사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졸피뎀 등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료용 마약류를 중심으로 투약내역 확인 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쳐 대상과 시기, 방법을 정교하게 조율하며, 의료용 마약류를 보다 안전하고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강백원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체중 감량과 미용 목적으로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다 의료용 마약류에 중독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시행 초기 진료 시간이 다소 늘어날 수 있지만, 오남용 방지를 위한 의료진의 자율적 참여와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