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필수의료 위기 대응과 의료체계의 공공성·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해 11일 국무총리 직속 '의료혁신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의료체계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전략 마련 ▲의료혁신 관련 주요 정책 검토·자문 ▲쟁점 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대안 제시 등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총 3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는 국무총리가 지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비롯해 민간위원 27명, 정부위원 3명(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여한다. 의료 공급자뿐 아니라 환자·소비자·시민사회·지역·청년층·노조·사용자단체 등이 고루 포함돼 대표성과 다양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위원장을 맡은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전남 순천에서 오랜 기간 지역 소아·분만 의료기관을 운영해온 공공의료 전문가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부위원장에는 여준성 전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비서관이 선임됐다.
◇"의사·정부 '힘겨루기' 30년…사회적 비용만 키운 의료 정책"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정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지역 문제와 결합하며 삶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중 가장 현실적이며 피부로 와닿는 위협은 의료"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화된 의정 갈등에 대해서 그는 "지난 30년 가까이 우리 사회는 임기응변으로 의료 정책을 세워왔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상대를 악마화하거나 힘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그 결과 사회적 비용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누가 잘못했나'가 아닌 '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반복돼왔는가'를 질문해야 한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 구조적 한계가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또, "갈등을 국민 피해로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가 원칙과 목표를 세우고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며 "이번 위원회 출범은 마침내 국가가 체계를 관리하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의 원칙으로는 ▲정부·의료계만이 아닌 '사람 중심·3자 중심' 관점 ▲지역 관점에서의 논의 활성화 ▲의제·문제·과제 해결 과정의 명확화 등을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 의료는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지만, 지속 발전을 가능하게 할 신뢰의 자산은 충분하지 않았다"며 "이제 당장의 실적보다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패널·온라인 소통 플랫폼 운영…내년 3월까지 의제 확정
회의에서는 위원회 구성·운영 계획, 시민패널 등 국민 참여 강화방안, 의료혁신 의제 검토 방향이 논의됐다.
위원회는 매월 정례 회의를 열고, 필요 시 전문위원회·소위원회를 구성해 심층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의 안건과 회의록 등 논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토론회·공청회·현장 방문 등을 통해 현장의 의견도 수렴할 방침이다.
특히 의료혁신 논의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의료혁신 시민패널'과 온라인 플랫폼 '국민 모두의 의료(가칭)'를 운영할 계획이다.
시민패널은 위원회가 다룰 의제를 선정하고 공론화가 필요한 주제를 충분히 논의한 뒤 권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100~300명 규모로 구성하며, 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론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패널 운영위원회'를 별도로 둔다.
온라인 플랫폼은 위원회 진행 상황 공개, 정책 제안 접수 등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운영한다.
의제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초고령사회 의료수요 충족 및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논의하되, 민간위원 워크숍과 시민패널 숙의 절차를 거쳐 정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내년 3월까지 전체 워크숍과 시민패널 숙의를 통해 의제 및 세부 계획을 확정하고, 분야별 전문위원회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관련 의료체계 혁신 의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하반기에는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등 초고령사회 대응 전략을 다룬다.
2차 회의는 내년 1월 중 열리며,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로드맵 등에 대한 검토와 자문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