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열 메디스비 대표이사(정형외과 교수)는 11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학원 내 메디스비의 AI·로보틱스랩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관절 가동술 시장에서 로봇 기술 기반 의료기기를 출시하고, 글로벌 진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엔비디아, 두산로보틱스(454910)가 주목하는 국내 의료 스타트업이 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인 임준열(38) 대표가 창업한 의료 로봇 스타트업 '메디스비'다.

지난해 임 대표는 연세대 인공지능학과 교수인 어영정 최고기술경영자(CTO)와 함께 메디스비를 창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로봇 시스템 '로보암(ROBOARM)'을 개발했다. 성능을 계속 향상해 내년 상반기 인허가를 받아, 하반기 제품을 상용화하는 게 회사의 목표다.

◇ "진료 현장서 느낀 고충이 아이디어로"

정형외과에서 수술만큼 중요한 게 재활 치료다. 수술 후에 환자의 관절이 뻣뻣하게 굳는 관절 강직이 생기는데, 치료를 소홀히 하면 몸 움직임이 제한되고 재손상·만성 통증 위험도 커진다.

임 대표는 실제 재활 의료 현장에서 느낀 관절 가동술의 치료 한계를 AI 로봇 기술로 해결하고자 창업했다. 관절 가동술은 관절의 운동 범위를 회복하고 움직임을 늘리는 치료법이다.

임 대표는 "그동안 관절 가동술을 할 때 성능이 제한적인 기계나 사람의 노동에 의존해 왔다"며 "이 때문에 의료진의 체력적인 부담이 크고 개개인의 경험·기술에 따라 편차가 생기는 등의 한계가 지적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적용하고자 하는 치료 경로를 치료사에게 언어로 전달하면서 생기는 한계와 비효율에 불만이 있었다"고 했다.

'내가 직접 만든 치료 경로를 따라 로봇이 정확하게 반복 수행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창업의 시작점이 됐다. 이런 아이디어로 임 대표는 2022년 '연세의료원–두산로보틱스 아이디어 페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임 대표는 "당시 실제 개발해 보라는 제안을 받아 로봇을 개발했고, 그 과정에서 사업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아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메디스비는 10억원 이상의 시드 투자도 유치했다.

올해 엔비디아의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엔비디아 인셉션' 회원사 선정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딥테크 팁스(Deep Tech TIPS)의 피지컬 AI 개발 과제 선정 등으로 보유 기술과 성장 잠재력을 빠르게 인정받았다. 딥테크 팁스는 정부와 민간 투자사가 공동으로 초격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 기업에 3년간 최대 15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 사업화·마케팅 비용이 제공된다.

지난 28일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수여하는 국내 투자 유치 부문 최우수상도 받았다. 메디스비가 올해 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참여한 기업 중 가장 우수한 투자 유치 성과를 달성했다는 의미다.

메디스비가 개발한 의료 로봇 시스템. /메디스비

◇ "치료 경로 따라 로봇이 반복 수행"

"의료진이 환자를 진찰해 구상한 '치료 경로'를 로봇에 직접 입력합니다. 이후 로봇이 그 경로를 반복 수행하면서 동시에 속도와 부하량 등을 측정해 안전성을 확보합니다."

메디스비의 로보암은 상하지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재활 로봇이다. 6개의 회전 관절(축, axis)을 가진 6축 로봇을 이용해 상·하지의 입체적 재활 패턴을 하나의 기기로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초음파 기기 정도의 크기로 임상 현장에 쉽게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임 대표는 "근골격계 재활 치료는 직선 운동이 아니라 입체 경로"라며 "사람의 팔과 유사한 6자유도 움직임을 구현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관절 가동술에 쓰이는 장비는 1~2개의 자유도만 제공해 가능한 운동 종류와 범위가 제한적이다. 상·하지에 쓰는 장비도 각각 다르다. 그는 "100% 범위 중 80%까지만 가능한 식"이라며 "그래서 대부분 도수치료를 해왔다"고 말했다.

메디스비는 로보암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 왔다. 지난달 열린 대한정형외과컴퓨터수술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CAOS Asia-Pacific 2025)'에서 로보암의 임상연구 주요 결과를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치료 효과 측면에서 로봇 재활은 전방 굴곡, 외회전, 내회전 등 세 가지 운동 범위(ROM) 모두에서 1회 치료당 평균 20도 이상의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이는 기존 치료(10-13도 개선) 대비 60%가량 향상된 것이다. 또, 반복적인 재활 업무에 투입되는 치료사의 업무 시간이 기존 30분에서 5분 이내로 감소했다.

임 대표는 로보암을 적용해 환자의 재활 치료를 한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골반·어깨가 틀어지는 식의 보상 움직임이 약 20분의 치료 후 사라지고 환자의 표정도 편안해졌다"며 "입력된 경로로 반복 수행한 것만으로 나타난 변화"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로봇 운영에 따라 하루에 치료할 수 있는 환자 수도 대폭 늘릴 수 있어 병원 업무 효율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보암은 의료진 고유 역할을 강화하면서 반복 업무를 로봇이 보완하는 상호 보완적 도구"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내년 상반기 인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며 "국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스비는 로보암에 '피지컬 AI' 기술을 적용해서 기능을 고도화하고 적용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중기부와 엔비디아 등이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임 대표는 "엔비디아 인셉션 참여 기업은 전 세계 3000곳 이상으로 다양한데, 그중 의료 분야에서 '피지컬 AI'를 다루는 기업은 드물다"고 했다.

그는 "의료진이 잘하는 일과 로봇이 잘하는 일을 연결해, 치료의 본질을 지키고 의료 역량 강화와 혁신에 기여하는 기술을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