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주최한 '제2회 서울바이오혁신포럼'이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고려대의료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의료원, 이화여대 의료원 등 서울 소재 6개 대학병원이 각각의 기업 협력·연구 플랫폼 현황을 공유했다.
포럼에 참석한 병원들은 환자 치료에만 머물지 않고, 보유한 방대한 임상 데이터, 연구 인프라, 그리고 특화된 연구 역량을 개방해 국내외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고려대의료원의 연구 플랫폼과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가 소개됐다. 권현경 고려대의료원 기술사업팀장은 안암, 구로, 안산 3개 병원을 중심으로 25개 연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 암 유전체 분석 플랫폼(K-Master)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의료원 산하 백신 혁신 센터에서 미국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와 협력해 mRNA 백신 연구도 진행 중이다.
권 팀장은 "대학 연구소에서 혁신 기술을 공급하고, 병원에서는 기술 검증과 테스트를 수행하며, 협력기관은 기술 고도화와 확장을 지원하고, 산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사업화를 가속한다"며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과 실질적 사업화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성훈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의 병원 중심 연구 플랫폼과 기업 참여 구조를 소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내부 고객(교수 창업, 연구원 창업)과 외부 고객(과제 참여 기업, 플랫폼 활용 기업)으로 수요를 구분하고, 연구 플랫폼·인허가 플랫폼·실증 플랫폼 등 전 주기적 개방형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 플랫폼은 병원 데이터를 기업과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인허가 플랫폼은 의료기기 및 바이오 기업이 인허가, 보험, 규제 관련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증 플랫폼은 시제품을 병원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의료진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김 교수는 "지난 6년간 70여 건의 기업 지원 사례를 운영하며 연구 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형철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부원장은 병원이 보유한 데이터와 AI 역량을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은 임상 정보 350만명, 임상 노트 3800만건 등 모든 데이터를 '코리아 헬스 데이터 플랫폼(KHDP)'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웨이브 폼 데이터 셋 중 세계 최대 규모인 Vital DB와 25개 병원 100만명 자료를 수집하는 HAY-UniC 데이터도 포함됐다.
의료 분야는 보안 문제로 각 전산실 서버에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환경이 필수적인데, 서울대병원은 의료에 특화된 AI 거대언어모델(LLM)인 'HARI Q3' 모델도 공개했다. 이 부원장은 "곧 네이버와 공동 개발한 한국 의료 특화 LLM도 선보인다"고 말했다.
장원석 연세대의료원 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상급종합병원 사용률 저조'와 '해외 인증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하려면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연세대의료원의 '연세 글로벌 혁신 의료기술 실증지원센터'도 소개했다. 이 센터는 국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 4000만~5000만원의 현금 지원, 임상 매칭, 인허가 및 임상 컨설팅을 제공한다. 해외 임상 기관과의 엽무협약(MOU)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 임상 시험을 지원하고, 국제 인증을 받은 사용 적합성 연구 센터(KOLAS)를 운영해 기업이 국제 규제를 용이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후정 이화여대의료원 연구부원장은 마곡 산업단지와 인접한 지리적 강점을 활용한 산학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이 부원장은 "이화의료원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질환에 중점을 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유효성 평가센터'를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비뇨기 질환 및 여성 질환 분야에서 표적 물질 발굴부터 전임상·임상까지 전문 임상 자문도 제공한다. 이화메디테크포럼과 'R&S(Research & Startup)' 프로그램을 통해 활발한 네트워킹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윤태민 삼성서울병원 기술사업화실 책임은 삼성서울병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를 공유했다.
윤 책임은 "삼성서울병원은 정밀 의학, 재생 의학, 융합 의학(디지털/AI)의 3가지 중점 영역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연구 수요가 디지털 치료제, 전자약 등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쪽으로 크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디포스트(078160)의 카티스템, 루닛(328130), 큐로셀(372320), 에임드바이오(0009K0) 등 성공적인 R&D 협력 사례가 있다.
윤 책임은 "(기업이) 병원 인프라 활용을 위해서는 PI(연구 책임자)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라며 "타깃 질환과 협력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임상시험과 연계된 GMP 시설,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병원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상품성보다 '행위 수가'와 연동될 수 있는 제품 코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보경 서울경제진흥원 사업부문이사는 "이번 포럼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해 대형 병원들이 기업 성장의 직접적인 파트너로서 협력의 문을 활짝 열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