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전경.

국내 첫 영리 병원으로 추진됐다가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제주 녹지국제병원 부지와 건물이 인당의료재단에 돌아갔다. 인당의료재단은 녹지국제병원을 일반적인 병원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은 전날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녹지국제병원 토지와 건물 경매에서 의료법인 인당의료재단을 낙찰자로 확정했다.

낙찰가는 204억7690만원으로 감정가 약 596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세 차례 유찰 이후 네 번째 입찰에서 단독 응찰해 낙찰됐다. 약 180억원의 잔금 납부가 완료되면 소유권이 이전된다.

영리 병원은 기업이나 민간 자본으로 설립되고 투자자가 수익금을 회수할 수 있는 병원을 말한다. 2015년 중국의 국유 부동산 개발사 녹지그룹의 계열사가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조성한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에서 설립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이 중국 자본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져 개원도 하지 못한 채 방치됐다.

2018년 12월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으로 개설을 허가했으나 녹지그룹은 "허가 조건이 위법하다"고 반발했다. 제주도가 의료법상 개원 시한인 허가 후 90일 미준수를 이유로 허가를 취소하자 그룹은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법정 다툼을 이어갔다.

나중에 녹지그룹은 병원 건물과 부지를 민간 법인인 디아나서울에 매각했다. 이후 디아나서울이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다 자금 문제로 중단돼 부지와 시설이 경매 시장으로 나왔다. 이번 낙찰로 설립 승인 이후 약 10년의 표류 끝에 새 주인을 찾은 격이다.

인당의료재단은 부산부민병원, 해운대부민병원, 서울부민병원, 구포부민병원 등 수도권과 부산권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법인이다. 1985년 부산에서 정형외과 의원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장했고, 1990년대 중반 병원으로 전환했다.

의료계에선 부민병원이 이곳을 ICT(정보통신기술)를 도입한 스마트 병원으로 꾸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인당의료재단 정흥태 이사장의 장남인 정훈재 비플러스헬스케어 대표(정형외과 전문의·전 서울부민병원장)는 빅무브벤처스를 출범해 의료 영상 분석용 인공지능(AI),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로봇 등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ICT에 투자를 이어왔고, 새 기술을 병원에 도입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재단 관계자는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구체적인 계획을 잡아가는 단계"라며 "종합병원으로 운영할지, 외국인 의료 환자를 유치하는 전문 병원으로 운영할지는 제주도청과 소통해 제주도민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남은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개원까지는 1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병원 관계자는 "서울 강서구 마곡에 검진센터(부민 프레스티지 라이프케어센터 마곡)를 개소하는 데 행정 절차만 약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