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국내 연구진이 30여 개 유전자만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앞으로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 맞춤형 관리 전략을 세울 길이 열릴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김희진·원홍희 교수와 서진수 연세대 교수 공동 연구진이 '한국인 맞춤형 다유전자 위험 점수(optPRS)'를 개발하고, 실제 환자 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예측 기능을 검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 최대 알츠하이머병 학회인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Alzheimer's Association)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인 '알츠하이머 &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지난달 실렸다.

연구진은 유럽 대규모 유전체 연구(GWAS) 데이터를 검토한 뒤, 한국인 1634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31개의 핵심 유전자 변이를 선별했다. 이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다유전자 위험 점수를 완성했다.

이후 771명의 인지 기능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점수가 높을수록 인지 저하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존에 알츠하이머병 예측에 활용했던 유전형인 APOE와 별개로 이번에 개발한 다유전자 위험 점수가 높을수록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2.4배,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위험이 2.0배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에서 한국형 다유전자 점수별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만들고, 이를 서진수 교수 연구팀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검증한 결과, 고위험군에서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 축적이 현저히 증가했다. 다유전자 점수가 실제 질병의 진행을 반영한다는 점도 입증됐다.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원홍희 교수는 "30여 개 유전자 변이만으로도 고위험군 선별이 가능하다"며 "한국인과 중국인 집단 모두에서 성능이 검증돼 향후 활용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고 개인별 유전 위험에 맞춘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Alzheimer's & Dementia(2025), DOI: https://doi.org/10.1002/alz.70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