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가쿠 마사오미 일본 도쿄대 의대 학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ATS 2025에 참석했다. 그는 "비대면 원격 진료가 차량 사용을 줄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홍다영 기자

"비대면 진료는 환경에도 도움 됩니다. 환자가 차를 타고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되니 탄소 배출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만난 난가쿠 마사오미 일본 도쿄대 의과대학장(신장내분비내과 교수)은 "시골에 사는 환자가 도시 병원에서 치료받기 위해 자동차로 이동하면 그만큼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면서 "환자가 원격 진료를 받으면 이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병원에 방문할 때 사용하는 주사 바늘 같은 의료 폐기물도 덜 나온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는 말 그대로 의사와 직접 만나지 않고 스마트폰 영상 통화나 앱(app·응용프로그램)으로 의사와 상담하고 처방받는 것이다. 의약품은 근처 약국에서 구매하거나 택배로 배송받는다. 세계 각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가 주목받고 있다.

유엔(UN)이 정의하는 초고령화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경우다. 고령 사회는 14%, 고령화 사회는 7% 이상이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20.3%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다. 난가쿠 교수는 "프랑스, 미국 등 서구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전환하는 데 100년이 걸렸지만 일본은 24년, 한국은 18년밖에 안 걸렸다"면서 "아시아가 빠르게 늙고 기대 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비대면 원격 의료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난가쿠 교수는 도쿄대 의대를 나온 신장내과 전문의이자 원격 의료 권위자로, 국제신장내과학회장을 지냈다. 그는 이날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2025 아시아 원격 의료 학회(ATS) 컨퍼런스에서 지속 가능한 원격 의료에 대해 발표했다. 아시아 원격 의료 학회는 한국, 일본,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 포함 10여 국이 참여하는 학술 단체로 이번에 공식 출범했다. 초대 회장은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다.

일본은 1997년부터 단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고 있다. 섬이 많고 지진이 빈번한 특성상 환자들이 병원에 직접 가기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에는 비대면 진료에 건강보험을 본격 적용했다. 현재 지역을 막론하고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고 있다.

난가쿠 교수는 "농촌 뿐만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내과, 피부과 등 원격 의료를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환자와 건강한 개인 4000명과 의료진 6000명을 대상으로 원격 의료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면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젊고 IT(정보통신) 기술에 익숙하기 때문에 바쁜 일상에서 병원에 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난가쿠 교수는 일본에서는 당뇨병 환자도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혈당, 혈압, 몸무게를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하면 일본 당뇨병 학회 기준에 따라 상태를 평가해서 결과를 이메일로 보내준다. 난가쿠 교수는 "환자가 식사 사진을 올리면 식습관도 조언하고 운동 상태까지 점검한다"고 했다. 환자 건강에 이상이 감지되면 의료진에게 알린다.

국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 원격 의료가 잠시 허용됐다가 2023년 시범 사업으로 전환됐다. 최근 법제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개원가를 중심으로 원격 의료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서 진료하는 것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난가쿠 교수는 "새로운 의료 흐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비대면 진료는 오히려 의료 접근을 둘러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환자와 환경을 위해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시장 조사 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대면 진료 시장 규모는 2022년 148조원에서 2032년 1283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비대면 진료가 환자 일상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일부 노인들이 스마트폰 앱 같은 기술을 어려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가쿠 교수는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공간적, 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니 노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