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인 '자녀 키 크는 보조제'가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는 학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바른 성장 및 건강한 생활 습관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밝혔다. 의료계는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사 결과 학부모 10명 중 3명은 자녀 키를 늘리기 위해 키 성장 보조제를 사용했다. 만 5~6세 자녀 10명 중 4명은 칼슘과 비타민D를 먹었다. 그러나 키 성장 보조제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학부모 76%가 효과가 없거나 보통이라고 답변했다.
학부모들은 자녀 키가 남성은 평균 180.4㎝, 여성은 166.7㎝까지 크길 원한다고 답했다. 한국인 성인 평균 신장보다 각각 5㎝ 이상 크다. 그만큼 큰 키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학회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자녀 생활 습관을 고치기보다 쉬운 방법을 원하고 있다"면서 "한 아이가 여러 영양제를 먹는 경우도 있는데 부족하지 않은 영양분을 과잉 섭취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학부모 5%는 성장 호르몬 주사까지 자녀에게 투여했다. 성장 호르몬 주사는 원래 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 증후군 환자에게 사용한다. 터너 증후군은 키가 자라지 않는 유전질환이다. 정상 아동이 성장 호르몬을 맞으면 주사 부위에 통증, 출혈, 타박상이 생기고 관절과 척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거인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황일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은 "성장은 단기간 보조제나 주사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의료계는 생활 습관이 우선이라고 한다. 조사에서 초등학생 자녀 36%, 중·고등학생 자녀 80%는 하루 8시간 미만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학 아동도 26%는 하루 8시간 미만 잤다.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수면이 부족한 것이다.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사용도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부모 10명 중 7명은 주말에 자녀가 하루 2시간 이상 전자기기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미취학 자녀 10명 중 3명은 주중 전자기기를 1시간 이상~2시간 미만 사용했다. 중·고등학생 10명 중 7~8명은 잠들기 직전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했다.
운동 부족과 식습관도 개선이 필요했다. 학부모 절반은 자녀가 주 3회 미만 운동한다고 답했다. 자녀 10명 중 2명은 하루 세끼 식사하지 않았다. 학회 관계자는 "키 크기 위해서는 운동, 식이(食餌), 수면 등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