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6년 반이 지났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다. 입법 공백이 발생한 사이 임신 중지 의약품이 불법으로 거래되며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신 중절 의약품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온라인에서 3242건 불법 판매·광고됐다. 소셜미디어(SNS)나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판매가 이뤄졌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임신 중지 의약품은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복약(服藥)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복통, 구토, 출혈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책임을 묻거나 의료기관에 방문해서 치료 받기 어렵다. 의약품 구매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2019년 4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장 위헌으로 하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이듬해 말까지 법 개정을 국회에 주문했다. 헌재는 최대 임신 22주까지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지만 국회는 법 개정을 처리하지 않았다.

낙태죄가 사라졌어도 여전히 임신 중지 의약품을 거래하는 행위가 불법인 이유다. 모자보건법상 임신 중지 방법은 수술로 한정하고 약물에 대한 규정은 없다. 낙태 수술은 성폭력이나 유전질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임신 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구매한 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중지 의약품을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90여 국에서 판매 중이다. 전 의원은 "정부는 최근 임신 중지 의약품 도입을 국정 과제로 확정했다"면서 "여성의 건강권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