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가짜 뉴스 때문에 가족 동의 없이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 개정안을 철회했다. 이 법안이 장기를 강제 적출하도록 허용한다는 식의 허위 정보가 퍼지면서 오히려 장기 기증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정안 철회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개정안이 발의되고 일부 소셜미디어(SNS)에 심각하게 왜곡된 허위 정보가 퍼지기 시작했다"며 "악의적이고 왜곡된 정보로 장기 기증을 신청한 분들과 가족들이 불안감을 느끼거나 신청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개정안을 철회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본인이 강력히 원하면 가족이 반대해도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장기이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본인이 장기 기증에 동의해도 가족이 반대하면 불가능해 실제 기증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을 둘러싸고 "가족 동의 없는 장기 적출" "중국인 장기 매매 연관" 등의 허위 사실이 퍼졌다. 김 의원이 정신 병원 입원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도 "정신 병원 강제 입원과 연계해 장기를 강제 적출할 수 있다"는 가짜 뉴스도 확산했다.
미국의 보수 논객 고든 창 변호사가 지난 10일 자신의 엑스(X·옛트위터)에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두고 "한국이 강제 장기 적출, 국가가 승인한 살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적은 것도 가짜 뉴스가 퍼지도록 불을 당겼다.
김 의원은 "일부 악성 댓글에서 제가 시력을 되찾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안구나 각막 이식을 통해 시력을 회복할 수 없다"면서 "누구도 허위 정보로 불안하거나 오해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철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번 논란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장기를 기증할 때 가족 동의를 받는 것이 보편적"이라면서도 "개정안 취지는 장기 기증을 확대하려는 것이었는데 가짜 뉴스에 진의가 왜곡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