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자다가 숨이 막히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약으로 치료하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은 자면서 기도 위쪽이 좁아지거나 막혀 일시적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거나 과체중일수록 많이 발생한다.

독일 쾰른대의 윈프리드 란데라스(Winfried Randerath) 교수 연구진은 "뇌전증 치료에 쓰는 항경련제 설티암을 수면 무호흡증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호흡 중단이 줄고 수면의 질이 개선됐다"고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랜싯(Lancet)'에 밝혔다. 설티암은 1950년대 독일 바이엘이 개발해 1960년대부터 유럽에서 소아 뇌전증 환자에게 사용했다.

연구진은 수면 무호흡증 환자 240명을 무작위로 나눠 설티암 100㎎, 200㎎, 300㎎과 위약(가짜 약)을 각각 15주간 투여했다. 설티암을 먹은 환자는 최대 47% 호흡 중단 횟수가 줄었다.

수면 무호흡증은 기도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이완될 때 발생한다. 그러면 기도가 좁아지며 숨 쉬기 어려워진다. 설티암은 교감 신경을 자극해 근육을 긴장시켜 기도가 열리도록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일부 환자는 부작용으로 두통이 발생했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밤에 제대로 잠들기 어렵고 숨이 막혀 산소가 부족해진다. 낮에 과도하게 졸리고 피로, 인지 기능 저하로 졸음 운전과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뇌졸중이나 고혈압, 제2당뇨병 같은 질병 위험도 높인다.

연구진은 "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낮에도 졸음을 덜 느꼈다"면서 "이제 양압기 대신 약으로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고 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세계 10억명 정도가 겪고 있지만 별다른 약이 없었다. 환자들은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기 위해 양압기를 얼굴에 착용하고 잤다. 마스크 형태의 양압기는 수면 중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압축된 공기를 코로 불어넣어 준다. 하지만 양압기는 사용하기 불편해 환자 절반이 1년 이내 중단한다.

참고 자료

LANCET(2025), DOI : https://doi.org/10.1016/S0140-6736(25)01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