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 박현덕 님./한국장기조직기증원

춤꾼이자 연극인이었던 60대 남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현덕(60)씨가 지난 7일 동아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5명을 살리고,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여 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영면했다고 15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8월 수영장에서 강습받던 중 뇌내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려져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정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삶의 끝에는 자신이 가진 재산과 몸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고 떠나고 싶다"며 기증의 뜻을 밝혀왔다. 그의 뜻에 따라 가족들은 기증을 결심했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씨는 동아대에서 풍물패로 활동하다 대학 졸업 후 극단 자갈치에서 연기와 탈춤, 마당놀이 등을 익혔다. 극단을 나온 후로는 객원 배우와 예술 강사로 활동하며 마당극과 풍물패 등 다양한 공연에 참여했다. 최근까지는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하며 생명과 환경 살리기, 탈춤 등 민속 예술 계승·확산에 헌신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연극에도 배우와 직원으로 참여했다.

박씨는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열정적이며, 함께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10년 넘게 헌혈을 40번 이상 했으며, 쉬는 날에는 농사를 지어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기도 했다.

박씨의 아내 김혜라씨는 "열정적이며 자유로웠고, 봉사의 삶을 살았던 당신은 하늘의 별이 되었네.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던 당신을 기억해. 공연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100여 명에게 희망을 나눴네.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싶다던 바람대로 떠나게 되었구나. 사랑하고 고마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