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손발이 떨리고 몸이 서서히 마비되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를 투여해 치료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에스바이오메딕스(304360) 공동 연구진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식한 임상 1·2a상 시험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다"고 14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 세포로 분화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손발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등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도파민은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연구진은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에 있는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는 원시세포이다. 현재 출시된 파킨슨병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이라 근본적인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세포 치료는 손상된 신경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바꿔 근본 치료가 가능하다.
임상시험은 환자를 6명씩 나눠 도파민 세포 치료제를 저용량(세포 315만개)과 고용량(630만개)으로 각각 뇌에 투여하고 1년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은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고 부작용이 있었는데, 도파민 세포 치료 후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
한 환자는 파킨슨병으로 손이 떨려 오케스트라 지휘를 중단했는데 세포 치료 후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됐다. 또 걷기도 힘들었던 환자가 세포 치료를 받고 지금은 탁구와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파킨슨병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물 효과가 점점 떨어져 떨림, 경직, 통증 등의 증상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약효 소진' 현상을 겪는다. 세포 치료 후 모든 환자가 이런 현상이 호전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보행을 할 때나 방향을 바꿀 때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보행 동결' 현상은 저용량 투여군 5명 중 4명이 호전됐다. 그중 2명은 보행 동결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고용량 투여군은 6명 모두 보행 동결이 호전됐으며, 4명이 아예 증상이 사라졌다.
연구진은 1년 뒤에 찍은 뇌 영상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의 신호가 증가한 것으로 보아 이식한 세포가 잘 자리 잡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장진우 고려대 신경외과 교수는 "이식된 세포가 잘 생착해 기존 도파민 회로와 기능적으로 잘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논문 교신 저자인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도파민 뇌 영상의 신호 증가는 세포 치료의 작용 원리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환자들의 임상 증상 호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이 매우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량 투여군 증상 43% 호전돼
연구진은 치료 효과를 수치화했다. 파킨슨병의 증상을 심각도에 따라 단계를 나눠 구분한 호엔야 척도(Hoehn &Yahr scale)에서 저용량 투여군은 이식 1년 후 평균 27.8% 호전됐다. 단계가 낮을수록 증상이 약한 것인데 평균 3.7단계에서 2.7단계로 줄었다. 고용량 투여군은 평균 43.1% 호전돼 평균 3.8단계에서 2.2단계로 감소했다.
33개 항목으로 운동성 증상을 평가하는 MDS-통합 파킨슨병 평가 척도(MDS-UPDRS Part3)에서도 저용량 투여군은 이식 전에 비해 점수가 12.7점 줄어 평균 21.8% 개선됐다. 고용량 투여군은 15.5점 감소해 평균 26.9% 호전됐다.
세포 이식과 관련된 특이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이식한 12명 중 1명이 이식 부위와 관련 없는 주변 부위에 가벼운 출혈이 관찰됐으나, 특이한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나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파킨슨병 환자는 미국에서만 100만명이 넘는다.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한 해 519억달러(약 74조원)나 된다. 세계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영화 '백투더퓨처'로 유명한 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도 파킨슨병에 걸렸다. 세포 치료가 성공하면 엄청난 시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논문 총괄 책임자이자 교신 저자인 김동욱 연세대 의대 생리학 교실 교수(에스바이오메딕스 최고기술책임자)는 "배아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세계 최고 순도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확보했고, 동물실험에서 이식한 도파민 세포의 생존율도 국제 경쟁팀보다 우수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2b·3상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Cell(2025),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5.09.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