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재단사로 일하며 맥가이버처럼 주변 사람에 도움을 주던 50대 남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정명룡(56)씨가 강북삼성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신장(양측), 안구(양측)를 기증해 5명을 살리고, 인체조직 기증으로 여러 명에게 새 삶을 주고 지난달 14일 영면했다고 2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7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정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사람은 죽으면 천국으로 가는데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면 좋은 것 같다"며 기증의 뜻을 밝혀왔다. 그의 뜻에 따라 가족들은 기증을 결심했다.
전남 해남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정씨는 배려심이 많아 어려운 사람을 보면 늘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특히 오랫동안 재단사로 일하며 옷 제작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공장에 초대해 무료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정씨의 지인들은 그에 대해 집이나 공장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뭐든지 맥가이버처럼 금방 만들어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먼저 다가가 이웃들 사이에서 별명이 '이장'이었다고 추억했다.
정 씨의 아내 김혜경 씨는 "남편, 늘 고마웠고 너무나 수고했어. 갑자기 떠나니 마음이 무겁고 힘들기도 했지만,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어디선가 살아 숨 쉰다니 위로가 되네. 하늘에서도 잘 지내고, 우리 지켜봐 줘. 고마워."라고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