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간호사도 의사들이 하던 진단서 초안 작성과 골수를 채취하는 천자(穿刺), 심장이 멈춘 환자를 살리는 체외 순환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사이 간호사들이 맡은 업무지만, 합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이제 관련 법과 규칙이 마련돼 공식적으로 업무를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진료 지원(PA) 간호사의 업무 기준을 담은 '간호사 진료 지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를 거쳐 오는 11~12월 시행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간호사의 진료 지원 업무 수행 행위 목록 고시도 이날 행정 예고했다.

골수 천자는 골수에 바늘을 찔러 골수 조직을 채취하는 것이다. 체외 순환은 심장 수술을 하다가 환자 심장이 잠시 멈추면 인공 심폐기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다. 국내 1만7000여 명인 PA 간호사는 전공의들이 의정 갈등으로 1년 7개월간 병원을 떠나자 이들 업무를 대신해왔다.

PA 간호사는 그동안 관련 법이 없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PA 간호사를 합법화하는 간호법은 지난해 9월 제정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관심 높은 PA 간호사의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은 추가 논의를 거쳐 입법 예고했다"고 했다.

PA 간호사는 앞으로 진단서, 진료·수술·마취 기록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피부 봉합·매듭, 피하(皮下) 조직 절개, 말초동맥관 삽입, 골수 천자도 가능하다. 체외 순환과 관련해 인공 심폐기와 보조 장비를 운영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PA 간호사는 환자 평가와 기록·처방 지원, 시술과 처치 지원, 수술 지원과 체외 순환 3개 항목에서 43개 세부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흉관 삽입은 해당하지 않는다. 흉관 삽입은 폐와 흉벽 사이의 공간인 흉막강에서 공기나 체액, 혈액 등을 배출하기 위해 관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흉관 삽입은 고도의 의료 행위여서 포함되지 않았다"며 "흉관 삽입 보조를 넣을 수도 있지만 PA 간호사가 아니라 일반 간호사도 가능하다는 현장 의견이 있어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43개 세부 행위 외에도 PA 간호사가 기존에 현장에서 하던 업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고시 시행일 3개월 이내 병원에서 신고하면 1년 3개월간 PA 간호사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PA 간호사는 병원, 종합병원, 군병원 등에서 임상 경력이 3년 이상 있어야 한다. 교육 이수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임상 경력이 3년 미만이어도 진료 지원 업무를 1년 6개월 연속 수행했으면 경력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의료법상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병원급 이상만 PA 간호사를 둘 수 있다. 치과, 한방병원, 정신병원은 제외한다. PA 간호사 교육은 대한간호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같은 의료 단체나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전문 간호사 교육기관에서 가능하다. 이론·실기 교육과 현장 실습을 진행하며 교육 시간과 내용은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다.